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계 최초로 투명 폴리이미드(PI)를 개발했다. 색이 없는 투명 PI는 폴더블, 양면, 투명과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를 대체할 핵심 소재로 꼽힌다. 듀폰, 가네카 등 글로벌 PI 선도 업체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기술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처음으로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명 PI가 디스플레이 유리를 대체하면 코닝 등 외산 소재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조원대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0년 동안 연구개발(R&D)한 투명 PI를 최근 완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충석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는 “PI의 장점인 내열성과 기계적 물성을 유지하면서 주요 단점인 흡습성과 색을 제거한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현재 양산 직전 단계”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투명 PI 개발을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말을 극도로 아껴 왔다. 이를 밝힌 건 그만큼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PI는 극저온(섭씨 -269도)과 고온(400도)에서도 물성이 변하지 않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필름 형태로 만들면 종이처럼 유연하다.
열에 강하고 유연한 특성 때문에 연성회로기판(FPCB)과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로 활용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런 PI에 투명성을 더해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했다. 노란색을 띠던 지금까지의 PI를 무색, 투명하게 만들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례로 화면을 접었다 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안쪽과 바깥쪽 모두에 영상이 표현돼야 한다. 발광소재(OLED)에서 나온 빛이 기판 위와 아래로 투과돼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PI로는 불가능하다. 색이 있기 때문이다. 투명 디스플레이에서도 노란색이 나타나면서 유리를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술은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강 상무는 “지금까지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색이 있어도 상관없지만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제품은 투과형이 될 것이기 때문에 투명 재료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투명 PI는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유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는 기판과 커버 윈도의 필수 소재다. 박막트랜지스터(TFT) 회로와 유기물이 증착될 수 있도록 하는 기판 역할과 화면을 보호하는데 유리가 쓰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는 형태 변화가 중요해 딱딱한 유리보다 접을 수 있는 투명 PI가 더 적합하다. 디스플레이 소재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코닝, 아사히글라스로부터 100% 수입하고 있는 유리를 국산 소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닝은 스마트폰 강화유리로만 한 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PI로 기판뿐만 아니라 강화유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이 조만간 개화될 것으로 판단, 투명 PI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파일럿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강 상무는 “앞으로의 시장 확대 변화를 살펴서 대규모 설비 증설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