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발원지는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가장 뜨거운 바다 웜풀(warm pool)이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웜풀이 팽창해 강력해지는 원인을 밝혀 냈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웜풀의 팽창 주범이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라는 증거와 함께 웜풀 팽창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호주 등지의 태풍 및 폭우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증가는 해수면의 온도와 높이를 상승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온실가스가 웜풀의 변화에 관여한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름을 상징하는 태풍과 폭우는 웜풀에서 나온다. 이 웜풀의 주변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이를 통해 지구의 대기와 물의 순환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민 교수팀은 1950년대 이후 발생한 인도-태평양의 웜풀 변화에 미치는 인위 및 자연 요인을 분석했다.
용의자 지문을 일반인 지문과 대조해 범인을 찾아내듯 여러 변수를 기반으로(다중선형회귀) 관측한 패턴을 모델 패턴과 비교해 원인을 밝혀 내는 `최적지문법(optimal fingerprinting technique)`을 이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온실가스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웜풀 팽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 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분석은 과거의 기후 변화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 전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웜풀이 인도양과 태평양 가운데 어떤 해역으로 팽창하는가에 따라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서인도양, 호주에까지 태풍이나 폭우 등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교수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웜풀 팽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인위 팽창은 인도양과 태평양 해역에서 비대칭 패턴으로 일어날 수 있고 피해를 줄 수 있는 강수나 태풍과도 연관이 있어 지속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최근 발표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브레인풀사업`, 기상청 `기상See-At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