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위해 도입된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기업성장지원센터의 기업 지원 방향이 기술 이전 및 사업화로 옮겨 가고 있다.
기업성장지원센터가 산업단지 입주 기업 가운데 매출액 100억원 이상 육성기업 성장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부터는 기술 이전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산단공 기업성장지원센터는 2011년 반월시화, 구미, 창원, 광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원주, 천안, 판교(수도권)이 추가되면서 모두 7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육성기업 성장지원사업은 해당 지역 내 국가 및 일반 산업단지 입주 기업 가운데 중점 육성기업을 발굴, 기술주도형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업이다. 최근 3년 동안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기술, 경영, 금융 분야 전문가들이 밀착해 기업 애로를 해소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기업성장지원센터 기업 지원 방향이 올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육성기업 성장지원사업 비중을 줄이고 기술 이전과 사업화, 신사업 발굴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대경권기업성장지원센터는 올해 들어와 세 차례 구미산단 신사업 창출을 위한 기술이전페어 및 신사업벤처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연구소와 대학 등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기업)를 초청, 기술사업화 플랫폼과 우수기술 및 사업화 절차에 대해 소개했다. 신사업벤처포럼에는 신사업에 진출한 벤처기업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4월엔 금오공대와 에스에이치텍이 보유한 기술을 각각 에스엠디피와 선진정밀에 이전하는 기술 이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동남권기업성장지원센터도 지난달 경남권 미니클러스터연합회, 특허법인 남촌, 경남대, 경상대, 창원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남권 중소기업 기술 이전 활성화 산·학·관 업무협약을 맺었다. 센터는 이번 협약을 통해 대학으로부터 사업화 유망 기술 리스트를 제공받아 미니클러스터 회원사와 산단 입주 기업에 전달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청권기업성장지원센터도 이달 초 한랩이 보유한 진단검사 자동화 핵심 기술인 자동평형 원심분리기술을 시광에 이전하는 기술 이전 계약을 주선하는 등 기술이전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전국 기업성장지원센터들은 최근 기술 이전 및 사업화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미나와 포럼을 잇달아 열고 기술 이전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수행해 온 육성기업 성장 지원의 효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고, 산단 내에 유망 기술 사업화에 대한 기업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기업성장지원센터가 기술 이전 및 사업화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산단 내 중소기업 지원이 소홀해지고, 기존 기술사업화 기관과의 역할 중복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단의 한 입주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성장지원센터가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왔다”면서 “하지만 신사업이나 기술사업화에 비중을 둔다면 중소기업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기관에서는 기술 이전과 사업화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학, 테크노파크 등 기존의 기업 지원 기관들이 해 오던 사업으로 유행에 편승해 중복된 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영수 산단공 기업혁신지원본부 기업혁신지원실 클러스터사업팀 차장은 “육성 기업 성장 지원에서 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로 기업성장지원센터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면서 “기술 이전과 사업화에 선택과 집중을 하지만 산단 내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기존의 센터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