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34>집단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이장우의 성공경제]<34>집단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미래는 집단이 창의적이어야 한다. 창의적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와 해법을 찾는다. 창의적 조직은 몇 가지 규칙에 의존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규칙관리(MBR:Management By Rules)란 몇 가지 규칙에 위배되지 않으면 무슨 결정을 해도 허용되는 네거티브 의사결정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법이다. 이 관리 방법은 소수 규칙에 기반을 두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함으로써 단순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에 아직 기업과 행정 조직 상당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포지티브 시스템은 규정(規程)과 절차에 명시된 것만을 허용하는 보수 문화를 작동시킨다.

MBR는 도전적 의사결정을 촉진한다. 구성원은 합의된 규칙에 따라 상부 지시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결정하고 실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과 모바일 정보 혁명을 이끌어 온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은 상부 지시나 개발 목표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미리 정한 몇 가지 규칙에만 합당하다면 무슨 시간대에 어떤 복장으로 일하든 간섭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느 프로젝트에든 본인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기도 한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한 레고는 새로운 시장 진입 여부를 간단한 점검표를 가지고 결정해 나간다. `제안된 제품이 레고 제품처럼 보이는가?` `아이가 놀면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가?` `그 제품이 창의성을 자극하는가?` 등이다. 어떤 기업은 첨단 분야에서 혁신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젝트 팀은 항상 경쟁 기업보다 먼저 제품을 공급해야 하며, 모든 개발 기간은 18개월을 넘어서는 안 된다`라는 규칙을 정했다. 사업 중단에 관한 규칙도 만들 수 있다. 덴마크 보청기 회사 오티콘에는 핵심 기술자가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면 즉시 기존의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정해진 기간 내에 이익 목표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업을 중단시키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에 위배되지 않으면 자율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조직은 저마다 의사결정 체계를 세워 놓고 있다. 예를 들면 대학이나 행정 조직에서 가끔 볼 수 있듯 누구 하나라도 반대하면 어떤 새로운 결정도 할 수 없는 보수적 만장일치제가 지배하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다수 의견을 따르는 다수결 제도가 지배한다. 그러나 보수적 의사결정 구조로는 미래 변화에 점점 더 대처하기 어렵다. 도전적 조직 문화를 위해서는 한 사람이라도 지지하는 안이 있다면 그 안을 과감히 실행해 볼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는 `하도록 되어 있는 일`만 하고 도전을 기피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현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고 인재를 모아 놓았지만 정작 그들의 창의성은 묶어 놓고 있는 기업을 흔히 본다. 이 때문에 힘들게 대기업에 입사한 인재가 무미건조한 일상에 퇴사를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 기업은 MBR보다 목표관리(MBO:Management By Objectives)에 친숙해져 있다.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그것을 계층별로 나누고 모든 조직 구성원이 참여, 이를 완수시키는 것이 MBO제의 핵심이다. 이 관리 기법은 피터 드러커 교수가 체계화한 이래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며 쓰여 왔다고 할 수 있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재빠른 추격자 입장과 단기 집중력이 강한 국민성이 어우러져 MBO는 그동안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하위 직원은 상위자에게 목표를 물어 보고 상위자는 그 위 임원으로부터 목표를 지시 받아 열심히 일하면 되는 관리 방식은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설령 직원이 명령과 지시만 내려 주면 무슨 과제이건 달성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정작 위에서는 기업을 성공시킬 아이디어와 목표를 하달할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성과 목표만 몰아붙이면 `적당주의`라는 역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진정한 열정을 끌어내지 못한다.

아직 우리 기업은 직원 스스로 문제를 찾아 의사결정을 해 나가는 경영 체계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류 인재들이 모여도 상부 지시를 기다릴 뿐 미래에 손을 놓고 있기 십상이다. 더욱이 `똑똑한` 인재가 많이 모인 조직일수록 실패 이후 학습효과가 더 크고 민감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집단 경직성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미래에는 평범한 직원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모아 집단 천재성을 발휘해야 한다. MBR는 관점과 지식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창의적으로 협업하도록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야 한다. 이에 따라서 기업은 비전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하고 구성원과 적극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