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물거품 된 특허허브센터

[관망경]물거품 된 특허허브센터

약속은 지킬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정부·공공기관 간 업무 협약이나 양해각서(MOU) 교환도 일종의 약속이다.

`특허허브센터`를 둘러싼 특허청의 행보는 약속과 신뢰를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다. 특허청은 최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조성하려던 특허허브센터 건립 계획을 포기했다. 주된 이유는 재원 부족이다.

이 문제는 특허청이 포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대전시와의 약속이 걸려 있다.

특허청은 3년 전 대전시와 특허정보원 대전 이전을 골자로 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창조경제 전진기지 및 지식재산 거점지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으로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는 엑스포과학공원 내 일부 부지를 특허청 산하 기관인 특허정보원에 20년 동안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대전시가 제공한 부지에 특허정보원을 주축으로 지식재산 유관 기관을 한데 모아 입주시킬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특허허브센터로 조성하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내놨었다.

이 협약은 현재 특허청 입장 선회로 깨지기 직전이다. 건물을 건립하려 검토해 보니 3년 전에 예상한 6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300억원이 소요돼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게 협약 파기 이유다.

특허청으로부터 구두 상으로 소식을 접한 대전시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지난해 특허청과 실행협약까지 맺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특허청을 위해 수년 동안 부지를 비워 뒀는데 협약이 파기되면 대전시는 부지 주인을 새로 찾아 나서야만 한다.

공공기관은 신뢰가 생명이다. 1000억원이 넘는 건물을 짓는데 비용을 잘못 책정했다는 건 심했다. 600억원이면 짓는다는 건물이 1300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못 짓는다는 건 변명치고 좀 그렇다.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해고감이다.

특허청이 특허허브센터 건립을 약속했던 엑스포과학공원 전경
특허청이 특허허브센터 건립을 약속했던 엑스포과학공원 전경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