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50년]<2> 中반도체, 수요 탄탄… 생태계도 한국보다 우위

중국은 3개 지역이 주축이 돼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생산은 창장삼각주(長江三角洲 상하이·장쑤성·저장성을 포함한 창장 하구 중심 지역), 설계 분야는 주장삼각주(珠江三角洲 광저우·홍콩·선전을 연결하는 주장 하구 지역), 연구개발(R&D)은 베이징과 톈진이 중심인 환발해(環渤海) 지역서 주로 이뤄진다.

환발해 지역에는 중국 칭화대학 등 경쟁력 높은 대학과 국가 IC 연구기관이 밀집돼 있어 R&D 경쟁력이 높다. 창장삼각주에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화훙그레이스 등 중국 양대 파운드리 업체를 포함한 생산기지가 주축이다. 주장삼각주에는 설계 업계가 모여 있다. 선전 등에는 완성품을 생산하는 팹리스 업계의 시스템 고객사가 많다. 주장삼각주에 반도체 설계 업체가 모여 있는 이유다.

시안 등 서부 지역도 뜨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시안에는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이 있다. 지역별로 생산 설계 R&D 산업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것이다.

시장이 크니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우위다.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 다자간 거래가 되는 것이 큰 장점이다. A회사가 칩을 만들면 여러 완성품 기업이 그 회사 칩을 사용한다. 삼성과 LG계열로 고객사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대형 전방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팹리스 업계는 글로벌 설계자산(IP) 공급업체와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물량이 많으니 값을 쉽게 깎을 수 있다. 파운드리 업계와 협업도 순조롭다. SMIC, 화훙그레이스 등 자국 파운드리는 물론 대만 TSMC, UMC 등 선택지가 많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풍부한 인력 공급은 가장 큰 경쟁력이다. 초창기 대만 기술과 경험이 중국으로 넘어왔다. 해외로 나가있던 인재들은 속속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인재에게 중국 정부는 주택과 자녀 교육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지방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한 뒤 중앙 정부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공계 우대 정책도 빛을 발했다. 중국 내에서 이공계 인력은 인문계 대비 연봉 격차가 3배 이상 난다.

창업은 넘쳐났다. PwC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내 시스템반도체 업체는 583개로 2000년 98개 대비 약 6배나 늘어났다. 정부 지원의 결과가 이런 지표로 정확하게 나타났다.

최근 중국 경제는 성장률 둔화에 따른 우려감이 높다.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불안한 환율 상황, 기초임금 인상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강력한 제조 역량을 기반 삼아 계속적으로 대형 완성품 업체가 출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기업이 이처럼 계속적으로 출현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업계에는 큰 기회가 된다”며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같은 성공한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