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클러스터 사업이 겉돌고 있다.
구미 국가5산업단지 기반 조성이 마무리 단계지만 탄소 관련 대기업 유치 실적이 전무하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융·복합 탄소성형 클러스터사업(이하 탄소 클러스터사업)`은 전북도와 기반 조성 예산을 나눠 써야 한다.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구미 국가5산업단지는 기존 1~4산업단지와 연계한 신규 산업단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조성한 산업단지다. 경북 구미시 해평면과 산동면 일대 9.4㎢에 첨단산업을 유치, 첨단복합산단으로 조성한다.
탄소는 초고온을 견디고 고강도, 고전도성 등 우수한 물성을 지녀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꿈의 소재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보다 10배나 세다.
경북도는 이 같은 탄소산업을 지역에 육성하기 위해 2014년 10월 정부에 탄소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신청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획재정부의 예타 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예타를 거처 빠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탄소 클러스터가 들어설 구미 국가5산업단지에는 탄소 관련 국내 대기업이 단 한 곳도 투자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외국 기업인 탄소섬유 제조사 도레이첨단소재가 이곳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 유일하다.
현재 국가5산업단지 조성 공정은 70% 수준이다. 탄소 분야는 특히 대기업이 산단 조성 시작과 함께 투자를 저울질하고, 지금쯤 투자를 확정해야만 관련 협력사도 모여 들어 집적화가 가능하다.
국가5산업단지 첫 투자설명회도 지난 5일 개최했다. 첫 분양도 8월부터 시작한다.
구미시 투자유치 업무 관계자는 “국가5산업단지 설계 변경 등 여러 이유로 투자 유치 설명회와 분양이 늦어졌다”면서 “투자를 확정한 도레이첨단소재를 시작으로 국내 탄소 관련 대기업이 상당수 현장을 다녀가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종 확정을 앞둔 탄소 클러스터는 당초 사업비로 5000억원을 신청했지만 18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탄소 클러스터 총 사업비 18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전국을 대상으로 탄소관련 연구개발(R&D) 공모를 한다. 나머지 800억원은 탄소 관련 기업을 지원할 기반 조성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탄소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는 경북도와 전북도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기반 조성 사업비도 두 지자체가 나눠갖기 식으로 분배될 예정이다.
전북의 탄소 클러스터는 기초 소재와 일부 중간재 위주다. 경북은 자동차부품, 인조흑연, 에너지 등 상용화에 초점을 둬 서로 다른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나의 예타 사업을 놓고 두 자자체가 예산만 배분해 가져가고 협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과 전북이 탄소 산업을 육성하는 분야가 서로 달라 탄소 클러스터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대규모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한 목적으로 두 지자체가 일시 협업한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탄소 관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기로 한 `지역 탄소산업 육성 100억원 펀드`도 탄소 클러스터 예타 사업이 최종 확정된 이후 추진하기로 해 진척이 없는 상태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는 탄소 관련 기업 50~60개사가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탄소 분야 전문가는 “구미에 자동차부품과 정보기술(IT)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탄소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면서 “하지만 1000억원 이상 국비가 투입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업도 없이 지원 기관만 몰려 있는 탄소 클러스터가 되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