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위기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M&A 불허` 방침을 두 회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장 7개월 이상을 매달려온 두 회사의 M&A가 사실상 퇴짜를 맞은 셈이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M&A에서 경쟁제한의 문제가 생기면 일반적으로 시정조치를 내놓았다. `불허`는 극히 드문 경우다. 더욱이 합병을 해도 두 회사의 유료방송(케이블TV+IPTV) 시장 점유율이 KT에 못미치고 있어서 `공정경쟁 저해`라는 이유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기준은 지역별 권역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두 회사의 M&A가 무산되면 당장 케이블TV 산업은 구조조정 기회가 사라진다. 실적 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어느 누가 케이블TV 업체를 살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국내에서 글로벌 방송 플랫폼 사업자 출현은 더 어렵게 됐다. 자칫 갈라파고스 규제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사업자는 구경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
1위 통신사업자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유료방송 지배 우려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의 결사 반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CJ가 헬로비전을 매각해 생긴 자금으로 콘텐츠에 투자하면 지상파 방송이 위협을 받는다. 이 또한 지상파 방송사가 반대할 명분을 갖기에 충분하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반(反) M&A 역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7개월을 넘게 끈 공정위의 무책임은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관련업무 마비로 피해가 상당하다. 영업 위축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투자 계획도 모두 바꿔야 한다. 두 회사의 M&A가 무산된다면 후폭풍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언론이나 전문가 대부분은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고강도 조건`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예상했다. 단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조건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위는 허를 찔렀다. 시장을 아날로그 논리로 너무 엄격하게만 바라봤다.
공정위 전원회의 최종 결과는 2주일 이상이 걸린다. 7개월 이상을 끌었지만 다시 한번 현장의 소리를 귀에 담아야 한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논리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