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주말짱]국내 커피 `본고장` 강릉으로 떠나는 향기나는 여행

세계에서 1인당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우리나라에서 커피 `본고장`은 어디일까? 수많은 카페가 자리 잡고 있는 서울 가로수길?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몰려 있는 강남역? 20~30대 젊은 세대를 위한 이색적인 카페가 많은 홍대? 아쉽게도 모두 틀렸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강원도 강릉시를 `커피의 도시`로 부르고 있다.

강릉 커피거리 야경
강릉 커피거리 야경

강릉시는 2009년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단위 커피 축제를 개최한 곳이다. 또 국내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명인이 여전히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고, 커피 농장, 커피 거리, 커피 공장, 바리스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커피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강릉 커피 축제는 전국적인 입소문을 탔다. 강릉 문화 재단이 커피 축제를 위탁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2011년, 일본 고노 커피 회장단이 강릉 커피 축제를 직접 찾아 커피 시연 행사를 했다. 중국 윈난성 커피 생산 도시인 망시(芒市)와 도시 간 교류가 성사돼 상호 교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 커피 연합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한국 대표 커피 축제로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커피 핸드드립 추출 모습
커피 핸드드립 추출 모습

지난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콩 볶는 로스팅 대회가 전국 70여개 전문 로스터리 숍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기도 하였다. 이름하여 `2012 골든 커피 어워드`. 국내 쟁쟁한 커피 로스터들이 모여 최고의 콩을 가리는 콘테스트다. 이후 `학생 바리스타 경연 대회` `관광객들이 뽑는 커피 별` `마카롱 경연 대회`까지 강릉은 커피와 연계된 다양한 대회와 콘테스트를 해마다 연다.

강릉에는 수많은 커피 전문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강릉항(옛 안목항)부터 북쪽 해안선을 따라 1㎞에 걸쳐 30여개 커피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제각기 다른 인테리어와 커피 제조 비법을 뽐내며 커피향을 뿜어낸다. 이처럼 다양하고 예쁜 커피전문점이 늘어나자, 강릉시에서는 관광 지도를 `커피 지도`로 별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명인
국내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명인

강릉이 커피 도시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박이추 명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 `3박(朴) 1서(徐)` 중 한 사람인 박 명인은 일본에서 고교를 마치고 목장을 경영하다 커피 전문가의 길에 들어섰다. 1980년대 말에는 서울 혜화동과 안암동 고려대 부근에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2000년엔 서울을 떠나 강원도 오대산으로 들어갔고, 1년 뒤엔 경포대, 다시 3년 뒤엔 강릉 외곽 연곡면에 `보헤미안` 커피 전문점 문을 열었다. 박 명인은 6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직접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강릉 테라로사 실내 모습
강릉 테라로사 실내 모습

테라로사도 커피 도시 강릉을 일군 공신이다. 테라로사는 2002년 은행원 출신인 김용덕 대표가 커피에 매료돼 문을 열었다. 테라로사는 커피를 로스팅해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 판매하는 커피공장으로 시작해 이제는 커피와 브런치, 천연 발효빵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에티오피아나 과테말라 등 커피 농장을 돌며 좋은 원두를 구해오고 제주도에 문을 연 테라로사에는 커피나무가 자라는 농장도 마련했다. 현재는 테라로사 커피 코엑스점과 광화문점, 서종점, 임당점, 사천점, 제주 서귀포점, 해운대 마린시티점 등 전국에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풍경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풍경

강릉에는 커피 전문점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사실 안목해변이 커피로 유명해진 건 자판기 때문이다. 바다를 향해 늘어선 50여개 커피 자판기는 `길 카페`라고도 불린다. 단돈 몇 백원이면 바다의 낭만과 함께 수십 종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다. 커피 한 잔 뽑아들고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며 마시는 즐거움은 브랜드 커피 못지않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