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영어를 잘 할 수 없을까?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저자는 늘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았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저자는 한국쓰리콤과 한국시스코시스템스 등 외국 정보기술(IT)회사에서 20년을 근무했다. 현재는 인성정보기술 최고기술임원(CTO) 겸 총괄 상무로 일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 근무 시절, 영어를 매일 사용해야 하는 회사 특성상 영어를 잘해야 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은 원하는 만큼 따라 주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학원에 다니고 서점에서 영어 관련 책을 탐독하고 좋은 강의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들었다. 그래도 영어 실력은 좀체 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 늘지” 저자는 번번히 좌절했다.
그렇게 애면글면하던 어느날, 섬광처럼 한 생각이 스쳐갔다. “복잡하고 어려운 영어 문장을 다 이해하려 하지말고 주어, 동사, 목적어만 제대로 파악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어렵고 난해한 문장이라도 주어, 동사, 목적어만 파악하면 뜻을 이해하는데 불편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외쳤다는 “유레카”가 절로 나왔다.
이후 저자는 파워포인트에 영어 문장을 적고 주어, 동사, 목적어를 표시하며 찾는 연습을 오랫동안 했다. 얼마동안 이렇게 하다보니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영어 문장에서 주어· 동사·목적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소위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영어 문장을 보면 신경을 곤두세워 주어, 동사, 목적어를 찾았다. 그런데 이렇게 하지 않아도 자리만 보고도 주어, 동사, 목적어를 저절로 찾게 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어는 주어, 동사, 목적어가 오는 자리가 일정하다. 주어는 문장에서 항상 맨 처음에 오는 명사다. 동사는 주어 뒤쪽에 있고 목적어는 동사 뒤에 나오는 첫 번째 명사다. 5형식 운운하며 열심히 문법 공부를 한 사람한테는 별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있지만 저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리를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저자는 한가지 법칙을 덧붙인다. “복잡한 영어 문장은 주어, 동사, 목적어를 제외하면 남는게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주어 뒤에 있는 것은 주어를 설명하고 목적어 뒤에 있는 것은 목적어를 설명한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이 부분이 영어와 한국어가 다른 부분이다. 영어는 어떤 걸 설명할 때 뒤에 붙인다. 반면 우리말은 앞에 온다. 영어와 우리말이 정 반대인 것이다.
이 특성을 아는 것이 영어 문장을 해석하거나 말할 때, 또 글을 쓸 때 중요하다. 저자는 IT 분야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라 영어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아니였다”고 한다. 오히려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어가 플로차트(flowchart)처럼 일정한 자리와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영어는 기계적이고 하드웨어적인 언어입니다. 주어, 동사, 목적어 자리와 해석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프로세스적인, 엔지니어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고 말한다. 그가 책 제목을 IT엔지니어를 위한 영어라고 한 이유다.
“이 책은 영어 문장 이해와 해석에 자리와 순서라는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합니다. IT 분야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영어에 대한 접근 방법을 `자리`와 `순서`라는 명확한 기준점을 갖고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5월부터 밴드(유세복의 English++)도 개설해 이 같은 법칙을 알리고 있다.
유세복 지음, 비팬북스 펴냄, 2만1500원.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