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높시스 CEO “EDA 불법복제 문제, 정부와 협력 지속”

아트 드 제우스 시높시스 CEO
아트 드 제우스 시높시스 CEO

세계 1위 반도체 설계자동화툴(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업체 미국 시높시스 최고경영자(CEO)가 `불법복제`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업계는 EDA 툴 불법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 차례 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아트 드 제우스 시높시스 CEO는 7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지식재산권에 관한 인식이 차츰 높아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며 “(한국서 불법복제 적발 사태가 일어나긴 했으나)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보다 (불법복제가) 더한 국가도 많다”고 말했다.

제우스 CEO는 “지난 30년간 시높시스는 양질의 툴을 제공해 반도체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기업에 EDA 라이선스 비용을 깎아주는 등의 정책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그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제우스 CEO는 “정부가 도울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의 EDA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 SW-SoC융합R&BD센터(이하 센터)는 `SoC 설계 환경 지원 사업`으로 중소 팹리스, 디자인하우스가 정품 EDA 툴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이 사업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은 끊어졌으나 가입 기업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공동구매`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높시스가 여기에 주요 툴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업도 빈틈이 있다. 개발 프로젝트가 하나 진행될 때 20~30명이 붙어야 하는데 구비된 툴은 5~10 카피 밖에 없다. 이마저도 여러 기업이 몰리면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ETRI EDA 회원사로 이름을 올려두고 모자란 툴은 불법 복제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 탓에 사실상 정부가 EDA 불법복제를 조장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제우스 CEO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그런 것을 한국 정부에 잘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높시스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업체 10여곳에 EDA 툴 불법 이용에 따른 법적 대응 방침을 전달했다. 이후 대부분 업체와 협상을 통해 신규 계약을 맺는 쪽으로 일단락했다. 적발된 업체 중에는 코스닥 상장 업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성공한` 팹리스로 평가받는 실리콘웍스, 아나패스, 티엘아이가 포함돼 있었다.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연매출은 5000억원을 상회했다. 아나패스와 티엘아이는 1000억~13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지불 능력이 있는 업체도 불법복제를 한 것을 보면 지식재산권에 관한 인식을 보다 높여야 한다”며 “EDA 업체도 관련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높시스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테넨탈 호텔에서 국내 고객사 대상 `테크 심포지엄 2016`을 열고 보안 등 소프트웨어 대응 능력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