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아래에서 경영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먼저 혜안을 갖고, 실행력을 갖추고, 항상 반성하자는 것이다. 위기라고 하면서 대책이 너무 기본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으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복잡한 상황일수록 상황을 단순하게 파악하고 단순한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마음은 급하겠지만 그럴수록 단순하고 기본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혜안, 실행, 반성은 사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Plan-Do-See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매일매일 경영에서 하고 있는, 단순한 Plan-Do-See 방식을 가지고 과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어느 조직이나 Plan-Do-See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문제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Plan-Do-See를 하고 있는 조직은 사실은 지속적으로 학습과 훈련을 하고 있는 조직이다. 이런 조직들은 어떤 위기에도 회복 탄력성을 갖고 있다. 학습과 훈련이 정착돼 있는 그런 조직은 위기에 강한 문화가 정착돼 있는 조직이다. 이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에 몇 가지 경영에서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회사에 허례허식이 없어야 한다. 조직 내에 거품을 걷어 내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정도 차이이지 곳곳에 거품이 끼어 있다. 그동안 좋은 시절을 지내면서 임직원들이 서로가 이 정도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거품을 걷어 내야 조직 응집력이 커지고, 단단한 조직이어야 장애물을 깨뜨려 나갈 수 있다. 거품의 논리적 근거는 자신의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더 많은 대우를 받고 있으면 그것은 거품이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근무했느냐가 아닌, 이전에 어디에서 얼마를 받았다가 아닌, 지금 조직에 기여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
둘째는 기업의 일하는 방식(方式)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원의 정신 자세다.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 조직과 직원들이 일체가 돼야 한다. 일체가 되면 스스로 일하게 된다. 그러려면 경영자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경영자 스스로가 조직과 일체가 돼야 한다.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그런 경영자가 아니라 이 조직이 나의 모든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줘야 조직원들이 따라 한다. 솔선수범은 백마디 말보다, 백 편의 메시지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 흔히들 사장이 솔선수범하면 보여주기식 경영을 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하든 어떻게 직원들이 일해야 하는가를 경영자가 직접 보여 줘야 한다. 1970~1980년대에 오늘의 경제 기적을 만든 창업자들은 다 그렇게 일했다. 이들 창업자를 도와 그룹을 일으킨 임직원들도 다 그렇게 일했다.
셋째는 영업력 강화다. 매출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이번 조선 산업의 위기도 수주 절벽 때문이다. 영업이 한 번 꺾이기 시작하면 비용을 줄여서 대응하는 것으로는 힘들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든 직원이 고객과의 접점에 모여서 영업을 해야 한다. 일감이 있으면 회사가 굴러 가지만 없으면 직원들이 놀게 되고, 그러면 회사가 넘어진다. 회사 경영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페달을 멈추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니혼덴산(Nidec), 마쓰시타덴키(현 파나소닉) 등 많은 장수 기업이 전 직원의 영업사원화를 통해 위기를 넘겼다.
지금은 서로 위와 아래가 싸울 때가 아니다. 성과급 문제, 비정규직 문제, 정년 문제, 월급 인상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위와 아래가 서로 불협화음을 낸다는 것은 정말 조직을 위하는 것인지 안타깝기조차 하다. 밉든 곱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지혜를 모으고, 한 방향으로 조직이 움직여야 할 때다.
퍼펙트 스톰이 예견되고 있다. 대기업이 하나 둘 무너지고 국가 경제가 송두리째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3500원짜리 구내식당 밥 먹고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를 손에 들고 산책하는 그런 호사는 이제 좀 접어 둬야 한다. 자칫 회사가 망하면 구내식당 밥조차 못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실 위기 때만 통용되는 그런 비책이란 없다. 평상시에 조직에는 거품이 없고, 경영자는 솔선수범하고, 영업력은 최강의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이 막상 경제 위기를 맞게 되더라도 혜안과 실행력과 반성의 프로세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미 어려워진 조직들이 외부의 힘을 빌려 조직을 회생시키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위기를 넘긴 조직이 얼마나 더 오래 갈지 걱정된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자강, 자율, 자립하지 않는 조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냉철한 분석력을 가지고, 철저하게 실행하고, 통렬한 반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경영이 돼야 한다. 우리 기업이 앞으로 닥칠 폭풍우 속에서 경영자 경험과 지혜와 열정과 리더십으로 무사히 위기를 벗어나서 직원과 조직과 국가 경제를 보호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