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생명공학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동력은 의사과학자(MD Scientist)의 연구역량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생명공학 분야의 일관성 있는 국가정책과 사회적 관용이 뒷받침 된다면 노벨상 수상도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박래길 GIST(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현직 의사면허를 보유한 베테랑 의생명분야 과학자다.
20여년간 항암치료제 부작용의 하나인 청각세포 손상의 작용기전 연구에 한우물을 팠다. `월화수목금금금`을 반복하면서 면역학, 항체, 신호전달 연구에 올인했다. 세계 최초로 세포 대사기능에 중요한 퍼록시좀(peroxisome) 생합성 장애가 감각신경성난청(sensory neural hearing loss)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얻게 된 배경이다. 노인성난청 등 청각손상 물질에 대한 획기적인 성과가 나오자 국내외 학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연구재단도 박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장을 역임한 박 교수는 의학, 임상학, 약리학 등 보건의료 분야 연구동향조사와 과제관리, 사업기획 평가, 연구지원정보, 성과관리 등 총괄 조정업무를 수행했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폭넓은 시각과 미래비전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 교수는 “현재 미토콘드리아와 함께 세포소기관 치료법의 주된 표적인자이며 세포 에너지대사와 지질체대사의 조절자로서 작용하는 퍼록시좀 단백의 기능지도 연구를 수행중” 이라며 “중점연구분야는 퍼록시좀 단백의 기능지도를 완성해 퍼록시좀 기능과 리피돔 연관 질환의 진단 및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956년 신장세포에서 처음 발견된 퍼록시좀은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면서 “418개의 퍼록시좀 단백의 기능을 규명해 세포소기관 중심의 대사질환 원인기전을 중점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주된 표적주제는 노화, 암 및 지질대사질환 실험모델에서 리피돔 역할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GIST 의생명공학의 강점을 융복합연구 역량에서 찾고 있다. 특히 대학원 과정인 융합기술원은 연구중심대학에서 창조경제 성과를 창출하는 특성화 대학 `성장모멘텀`이다.
현재 의생명공학과 교수진 전공영역은 공학계열(광의학이미지, 바이오포토닉스, 생체의공학, 헬스케어로봇), 뇌신경의학계열(생체신호시스템분석, 중개뇌과학, 신경조절), 기초의과학(유전체의학, 대사항상성)으로 구성됐다. 국내 최고 수준이다. 다양한 연구경험과 비전을 가진 교수직과 연구에 대한 열정과 신기술 지식이 풍부한 조교수직의 조화는 융복합연구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의생명 과학자의 기본 덕목을 인성과 따뜻한 성품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연구분야에 감성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박 교수는 `따뜻한 카리스마`로 연구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는 가족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의 어린시절 사진을 매일 살피며 `사랑의 의미`를 다지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 성과만이 가치있는 발견이자 학문적 진보의 근거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인성을 가진 과학자는 연구활동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연구를 통해 사회와 인류를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박 교수의 교육목표는 `과학을 통한 국가관 확립`이다.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연구활동을 하는 모든 과학자는 `과학기술로 국민과 국가를 이롭게 하는 가치관을 간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단기 목표는 퍼록시좀 단백의 기능지도(functional map)를 완성해 퍼록시좀 기능과 리피돔(lipidom) 연관 질환의 진단 및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것” 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아직 아시아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사질환진단센터(Metabolic Disease Diagnosis Center)를 설립,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사질환진단센터는 분석학, 효소학, 분자생물학 등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야만 제 기능을 발휘 할 수 있다. 이 분야 연구진을 보유한 GIST의 경우 대사질환진단센터를 설립하면 대사질환 환자의 건강행복권과 대사질환 관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차세대 먹거리를 바이오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현실은 사람에게 유용한 바이오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의료 및 산업 현장에서 실행의 주체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박 교수는 “새로운 생명공학적 발견이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임상의사의 과학적 식견이 동반돼야 한다” 면서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병원의 임상수련 과정은 연구과정을 통해 과학자로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현실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GIST 의생명공학과에서 시행하는 의학전문요원 학위과정이다” 며 “의대졸업자나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를 병역특례 전문연구원 제도를 통해 의과학자로 양성하는 제도는 향후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분야의 세계 경쟁력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국익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생명 연구는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단기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단기성과에 급급해서는 달콤한 보상을 얻기 어려운 분야다. 매년 국회 예산 심의기간이나 노벨상 수상 기간 집중되는 뜨거운 관심은 오히려 의생명과학자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과 의학자들이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 사회적 관심이 이어진다면 세계수준의 연구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