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제품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무인자동차가 영동대교에서부터 코엑스까지 3㎞ 구간의 일반도로를 성공리에 주행했다.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선 순간이다. 군사용에 집중되던 드론도 방송, 운송, 농업, 보안, 재난 감지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정부도 2016년 경제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규제 프리존 설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련 산업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늘날 제품은 더욱 스마트하고, 복잡하며, 연결된 제품으로 진화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기존 산업이 퇴색되는 등 급격히 변화한다. 기업에 기회이자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더 빠른 시간에 스마트한 제품을 먼저 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대량 생산 체제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넘어 개인화된 맞춤형 제품 생산으로 옮겨간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과제 극복과 능동 대처에 정보기술(IT) 역량 활용 전략의 중요성은 모두 공감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핵심 기술인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빌리티)은 제조 부문과 융합돼 제조 경쟁력의 향상을 이끌 것으로 주목 받는다. 실제로 ICBM등과 같은 기술은 제품 설계, 제작, 생산 방식에 근본 변화를 일으킨다.
변화의 근저에는 디지털화가 있다. 제조 부문의 디지털화는 제품 생산 과정 전체를 디지털로 엮어 디지털화된 정보와 지식을 비즈니스 운영에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화는 제품 아이디어가 시장에 출시되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는 등 제조 기업에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제공한다.
제조 부문의 디지털화는 데이터 폭증 및 컴퓨팅 역량 발전과 인공지능(AI), 자동화, 로봇, 인간-기계 간 통신 등 기술 발전으로 혁신을 촉진한다. 연구개발(R&D), 공급사슬, 공장 운영에서부터 마케팅, 영업, 서비스에 이르는 제조 전반에 걸친 가치사슬에 변화를 일으킨다.
디지털 변혁 시대를 맞아 제조 기업이 혁신 실현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를 제언한다. 첫째 제품 가치사슬과 관련된 모든 구성원의 필요를 함께 충족시키는 사용자 참여 환경이 필요하다. 기업 내 모든 사용자의 역할과 권한에 맞는 정보를 적시에 제공, 사용자 참여를 높인다.
둘째 지능형 모델을 구축한다. 아이디어, 제품 디자인, 공정설계, 생산, 서비스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능형 모델에 기반을 두고 실제 제품의 문제 발생 시 역추적해 언제,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찾아내고 신속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긴밀한 연결이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하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대표로 들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환경이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인 마세라티 기블리는 디지털 트윈을 적용,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지멘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SW) 제품군으로 자동차 개발과 동시에 원본과 100% 동일한 가상 사본을 생성했다. 개발 단계부터 실제 모델과 가상 모델 데이터를 동시 사용, 공정을 최적화했다. 타임 투 마켓을 30% 줄이고, 생산성을 세 배 향상시켰다.
넷째 급변하는 기술에 맞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과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개방형 아키텍처에 기반을 두고 고객 투자를 보호하도록 업그레이드 가능성과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화는 미래 제조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디지털 혁신을 실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디지털화에 대한 전략 준비로 도약하는 한국 제조 산업의 모습을 기대한다.
한일 지멘스PLM소프트웨어코리아 사장 il.han@siem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