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SW 분할발주 시범사업]<상>`SW 제값주기` 성과 들여다보니

`소프트웨어(SW) 제값 주기`는 국내 SW 산업계에 해묵은 숙제이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는 안 보인다. 조달청이 칼을 빼든 이유다. 공공 SW사업 분야만이라도 SW 제값 주기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SW사업 분할발주 시범사업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주요 성과와 향후 사업 개선 방안 및 계획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조달청은 지난해 4월 서울청 대강당에서 수도권 지역 발주기관과 조달업체를 대상으로 공공SW사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조달청은 지난해 4월 서울청 대강당에서 수도권 지역 발주기관과 조달업체를 대상으로 공공SW사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조달청 SW 분할발주 시범사업은 열악한 국내 SW산업의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다.

그동안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SW사업은 설계 과정에서 사용자의 요구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구현 단계에서 재작업이 자주 발생하는 등 사업 효율성이 떨어졌다. 특히 공공기관은 과업 변경에 대한 적정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SW기업의 수익·근로환경을 악화시키고, 이는 SW 전문 인력 이탈로 이어져 결국 국가 SW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SW산업이 발전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현재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분할발주를 도입, SW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사업 특성에 따라 기능·공정·부품 단위로 분할발주한다. 분할발주 세부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제공, SW산출물의 품질을 관리한다. 요구 사항 분석·설계 단계는 실비 정산 방식, 구현·시험 단계는 확정 가격 방식을 각각 적용해 SW 제값 주기를 실천한다.

호주는 사업관리 전문가가 요구 사항을 명세화해 산출 내역과 과업 내용을 확정한다. 과업 변경은 규모당 단가를 적용해 사후 정산하고, 전문 사업 관리자를 둬 사업 전반의 품질을 관리한다.

조달청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 지난해 SW사업 분할발주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SW사업 분할발주는 과거 특허청 등 여러 기관이 분할 발주를 시도했으나 기존의 계약제도를 그대로 적용, 효과가 적었다.

조달청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 전문가와 정책토론회, 간담회, 공정회 등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고 분할발주 사업에 적용할 새로운 발주 절차와 규정을 마련했다.

자세하게는 SW 용역 `계약 특수 조건`, 개발공정별 `표준 산출물`, 과업 변경 시 적용할 `계약금액 조정 가이드`, 설계 검증을 위한 `설계검증위원회 설치 및 운영지침` 등의 마련이다.

조달청은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공공 SW사업을 기존 SW분석·설계 및 구현을 일괄 발주하던 것에서 탈피해 분석·설계와 구현으로 나눠 발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다만 첫 시범사업인 만큼 발주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눠 진행했다.

설계와 구현 사업을 별도 발주하는 `설계·구현 분할 발주` 방식, 설계 및 구현을 단일 건으로 발주하되 공동계약 방식을 적용해 설계와 구현을 각각의 계약자 책임 아래 이행하는 `설계우선 방식`으로 나눠 시행했다.

총 7개 SW사업을 시범 분할발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방부 사업을 제외한 6개 사업을 성공리에 완료했다.

조달청 `e발주 지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비롯해 `나라장터 고도화 사업`, 대구도시철도의 `국제회계기준 통합회계 시스템 구축 사업`, 부산시의 `민원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광명시의 `광명시 홈페이지 전면 개편사업`, 우정사업본부의 `보험고객정보통합시스템 구축 사업`, 국방부의 `국방정보체계 연동 통합서버 구축 1단계 사업`이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조달청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한 발주 기관을 대상으로 발주 지원 전문가를 전담 배치, 사업 관리를 밀착 지원했다.

사업계획·제안요청서(RFP) 작성 등 발주 단계와 계약 이후 사업 관리 전 단계에 걸쳐 전문가를 전담 지정해 지원했다.

시범 사업 결과는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조달청 `e발주시스템 구축사업`을 일괄발주로 진행한 2014년과 분할발주로 진행한 2015년을 비교한 결과 요구 사항 변경률이 12.2%에서 1.3%로 현저히 떨어졌다.

50%에 가깝던 재작업 및 과업 규모 변경률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1.4%로 낮아졌다.

분할발주로 사업 생산과 사업 효율성이 함께 좋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조달청은 또 6건의 시범사업 가운데 5건에 대해 설계검증을 대행, 156건의 산출물 오류 및 누락 등을 바로잡아 설계 산출물 품질 및 완성도를 높였다.

범용성을 갖춘 분할 발주 표준 산출물을 제공하고, 설계서를 토대로 이용자 요구 반영의 충실도 및 부당 과업 요구 여부 등을 검증했다.

변희석 신기술서비스국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사전 요구 사항을 명확히 하고 설계서 기반의 구현 진행으로 재작업을 최소화했다”면서 “설계 단계에서 발주 기관의 사업 참여를 적극 유도, 사업 품질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정양호 조달청장
정양호 조달청장

“그동안 새로운 절차와 기준을 제정해 소프트웨어(SW) 분할발주 방식 적용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정양호 조달청장은 “분할발주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과거보다 발주자 요구 사항과 재작업·과업 내용 변경 등이 줄어든 반면에 기업 생산성과 사업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조달청은 설계 산출물 품질 관리에도 공을 기울였다.

설계사업자가 납품하는 설계 산출물 검증을 위해 관련 외부 전문가로 설계 검증위원회를 구성,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겪은 애로 사항도 털어놨다.

정 청장은 “공공기관이 행정 편의 등 이유로 통합발주를 선호하고 있어 자체 발주 실적은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SW사업 분할발주는 근거 법이 확실하지 않아 제도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앞으로 분할발주 시범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필요하면 관계 부처와 협업해 SW사업 법령에 분할발주 근거 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달청 SW 분할발주 시범사업]<상>`SW 제값주기` 성과 들여다보니

<현행 발주방식(일괄발주) vs 분할발주>


현행 발주방식(일괄발주) vs 분할발주

[조달청 SW 분할발주 시범사업]<상>`SW 제값주기` 성과 들여다보니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