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은 무한한 에너지원을 찾기 전까지는 인류의 사명이다.
가스나 석유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그러나 전 국민이 전구 한 등 끄기 운동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 바로 공기압축기와 펌프류의 산업용 전기 절약이다.
우리나라 총 전력 사용량의 55.6%가 산업용 전기이고, 산업용 전기의 25%가 공기압축기를 비롯한 펌프류 가동에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014년 일본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공기 압축기 분야의 전력 사용량이 전체의 5%로 보고돼 있다.
이런 데이터에 근거해 추산하면 연간 우리나라 총 발전량 5219억㎾/h의 2736㎾/h(55.6%)를 산업에서 사용한다. 이 가운데 684억㎾/h(25%)를 펌프류가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처럼 국가 사용 전력의 5%로만 따져도 260억㎾/h로 추정된다.
260억㎾/h의 10%만 절약한다 해도 26억㎾/h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원전 신한울 4호기를 돌리지 않아도 되는 전력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공기압축기 사용 대수는 추정할 수 있어도 사용 모터의 용량은 자세한 통계조차 구할 수 없다. 저효율 공기압축기가 최저 구입비용만으로 구매해 사용되고, 사용 환경과 관계없이 가동돼 낭비되는 전력은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공기압축기의 에너지 효율이 관리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된 모터만 용량별 효율 관리를 매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압축기 에너지 관리의 부실은 국가 전력 낭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이어 결국은 기업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50hp(마력)의 경우 1년 300일 가동하면 연간 전기료가 2600만원 소요된다. 그러나 이는 현장에 따라 5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50%가 아닌 20%만 절감해도 연간 520만원의 전기료가 절감되는 것이다.
100hp의 경우는 같은 계산 방법에 따를 때 1000만원 이상이 연간 절약되는 것이다. 모터 용량이 커질수록 절약금액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공기압축기 전기 절감이 국가 차원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져 환경 보호를 하게 되는 녹색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부분 산업용 공기압축기 제조가 기술 자립도가 낮아서 주요 기기를 수입, 조립하고 있거나 완제품 그대로를 수입해 판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해도 국가가 고효율 인증 기준을 제시, 국가 에너지를 관리하는 동시에 사용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각종 기술 개발 지원 정책을 통해 고효율 공기압축기를 개발하는 동시에 개발 제품이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홍보 및 우선 구매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기압축기 시장은 기업간(B2B) 시장이다. 이미 설치돼 있는 기존의 공기압축기 사후관리(AS)와 맞물려 사용자가 쉽게 교체할 수 없다. 압축기 관련 B2B 시장을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고 정리해야 한다.
기존 공기압축기 제조업의 마케팅은 저가형 구매로 흐르기 때문에 업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지원 및 금융과 연계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과 비례해 산업 현장이나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기술도 활발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 전기 발전량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 현상은 신재생에너지의 증가 영향도 있지만 이러한 에너지 절약 정책과 기술 개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김왕환 한국에어로 대표 airro2@airr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