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회사 라인 상장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둑한 실탄을 확보하고 시장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인은 전략 시장인 일본과 동남아에서 `스마트포털` 전략으로 둔화된 이용자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동아시아 이외 지역으로의 확장도 필요하다. 국내 콘텐츠 유통 통로로의 역할이 확대될 지도 주목된다. 제2, 제3의 `라인` 발굴도 관전 포인트다.
라인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용자 성장을 가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라인 월간활동사용자(MAU)는 올해 1분기 기준 2억184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 2억명을 돌파한 뒤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4대 전략 시장에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다져 나가는 데 최우선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용자의 이탈을 막고 스마트폰 전환 이용자의 유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올해 하반기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스마트폰 보급을 직접 확대해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것. 일본 스마트폰 보급률은 60% 정도에 그친다. 선진국 가운데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포털 전략도 주요 시장에서 지배력 공고화와 추가 성장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라인을 다양한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와 연동, 서비스 이용 관문인 포털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은 스마트폰의 성장 잠재력이 큰 데다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등의 도전도 거세지는 만큼 주도권 강화를 위해 서비스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태국에서 4월에 시작한 배달 O2O 서비스 `라인맨`을 필두로 생활 플랫폼 서비스를 확대한다. 태국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현재 4000만명 수준에서 2018년 5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7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2월 현지 최대 오토바이 택시업체 고객과의 제휴로 O2O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현지 1위 블랙베리메신저, 페이스북 메신저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뉴욕 상장을 계기로 북미 등 전략 시장 밖으로 활동 무대를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글로벌 메신저 시장의 지역 구도가 어느 정도 굳어진 상태여서 기존 지역 이외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왓츠앱과 페이스북메신저는 1분기 기준 MAU가 각각 10억명, 9억명을 돌파했다. 텐센트 위챗도 7억명을 확보했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1등 사업자에게 몰리는 모바일 메신저 특성상 주요 국가 이외에서 추가 이용자를 올리기란 쉽지 않다”면서 “라인 기반의 국가 스마트폰 보급률이 다소 낮은 상황이고, 여러 수익화 모델 추진으로 중장기 차원에서 이용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 제3의 라인 성공 신화를 이어 가는 것도 중요 과제다. 네이버는 6월 글로벌 사업 인력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해외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자회사 캠프모바일은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밴드`로 대만 등에 안착한 데 이어 모바일 동영상 소통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로 동아시아 공략을 가속한다. 6월 일본, 한국, 중국권 이용자 중심으로 다운로드 수 3000만을 돌파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라이브`가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2000만건을 돌파했다. 라인 웹툰도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유럽 등의 독자층을 확보해 나간다. 이 연구원은 “네이버가 라인 상장으로 여유로워진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먹거리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콘텐츠 글로벌 진출 통로로의 기능을 확대할지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라인 성장이 기업가치 상승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통로 마련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태국, 대만 등에서 서비스되는 라인TV는 국내 연예인을 활용한 웹 드라마, 리얼리티 쇼 등을 상영한다. 싸이, 지드래곤, 2NE1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스티커가 글로벌 이용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위메이드 `라인 윈드러너`, 트리노드 `라인 포코팡` 등 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게임 진출도 이어졌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4년에 네이버가 국내에서 콘텐츠 제작사와 이용자를 이어 줬다면 지금 라인으로 한국 콘텐츠 기업이 세계 소비자와 만나는 통로가 마련됐다”면서 “한국 콘텐츠사업자와 함께 세계로 진출하는 게 네이버의 각오이자 바람”이라고 밝혔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