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현장토크쇼 택시’, 부제는 ‘전국남편자랑’

사진='현장토크쇼 택시' 공식 페이스북
사진='현장토크쇼 택시' 공식 페이스북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택시’가 점점 산으로 향한다. 택시 안에서 편안하게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보다 게스트들 남편의 재력이나 호화로운 집을 소개하는 빈도가 높아지며 토크쇼로서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케이블방송 tvN ‘현장토크쇼 택시’(이하 ‘택시’)는 게스트들의 진솔한 토크가 감동을 전하며 tvN 간판 토크쇼로 10년 가까이 자리매김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MC들이 실제 택시 기사처럼 정감 있게 대화를 이끌어 가면 게스트들은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인 비(非) 방송인 게스트부터 할리우드 배우까지 다양한 게스트들이 택시 안에서 MC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런 모습들은 다른 토크쇼들과 차별화되는 ‘택시’만의 뚜렷한 강점이다.

‘택시’ 제작진은 “다른 스튜디오 토크쇼와 달리, 택시라는 장소 특성상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 된공간에서 토크할 수 있다는 점이 스타들과 시청자에게 더 편안하게 느껴진 것 같다”며 “tvN의 개국 프로그램인 만큼 ‘택시’의 높은 인지도 역시 국내 유일 포맷의 명맥을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사진='현장토크쇼 택시' 방송 캡처
사진='현장토크쇼 택시' 방송 캡처

하지만 최근 ‘택시’에서는 과거 방송에서 보여준 장점은 사라지고, 게스트들의 남편 스펙 또는 아내 외모, 본인들 집 자랑 등 시청자들이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을 법한 가십거리를 쫓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지난 12일 방송에서도 게스트로 출연한 모델 이현이의 인생 이야기나 톱 모델로서의 성장 과정보다 부부의 러브스토리,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 홍성기 씨의 스펙, 고급스러운 집 구조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이현이 부부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했고, 깨가 쏟아지는 두 사람의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러나 과거 ‘택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하고도 신선한 토크쇼의 묘미는 볼 수 없었고, 두 사람의 사생활 및 물질적 결과물들만 강조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택시’에 출연했던 예전 게스트들도 비슷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배우 기은세 편은 화려한 럭셔리 하우스 공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프로그램 콘셉트와 전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또, 배우 정가은, 그룹 쥬얼리 출신 이지현, 방송인 박지윤 등은 과도한 남편 자랑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배우 박진희, 신주아, 가수 가희 등은 토크보다 과거 논란이 됐던 일들의 해명만 늘어놓기도 했다.

사진='현장토크쇼 택시' 방송 캡처
사진='현장토크쇼 택시' 방송 캡처

이런 면들로 인해 ‘택시’는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공감 토크쇼라는 기획 의도와는 맞지 않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스타의 삶에 가장 많이 밀착된 사적인 공간과 리얼한 토크를 찾아가다보니집과 가족에 대한 아이템을 종종 방송했다”며 “실질적으로 ‘택시’에서 방송된 전체 특집 아이템 중에서 집이나 가족이 노출된빈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과 부부가 노출된 아이템이 방송 후 뉴스나 동영상클립을 통해 다시 확산 되면서 2차적으로 이슈가 되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이미지가 굳어져가는 게 아닐까한다”며 “그렇지만 시청자 의견에 더욱 귀 기울여 좀 더 다양한 영역과 분야의 게스트를 발굴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