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다음 수` 북미시장 진출…전망과 과제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5일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유럽 시장 진출 포부를 밝히고 있다.<사진 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5일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유럽 시장 진출 포부를 밝히고 있다.<사진 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북미·유럽 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라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제2 라인 신화를 이어간다는 포부다. 기존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형태 사업으로 승부한다. 기존 글로벌기업에 비해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력을 극복하고 기술력 확보와 현지화에 성공하는 것이 과제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15일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인 상장 뒤 `다음 수`로 북미·유럽 시장 진출을 지목했다. 이 의장은 “북미와 유럽은 꼭 한 번 도전해야 하는 꿈의 시장이고, 네이버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도전의 장”이라며 “라인 다음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방법은 북미·유럽 시장을 준비하고 기회를 찾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이 직접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만큼 구체적 청사진도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사회 승인 계획 수립 단계로 추정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밝히기 어렵지만 북미 시장 진출 계획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라며 “머지않아 구체적 방안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네이버는 기존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백지 상태`로 시작한다. 단순 아이디어보다 기술력에 집중해 차곡차곡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연구소나 개발자 중심 새로운 조직을 신설해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말 프로젝트 블루를 통해 로보틱스,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새로운 기기(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영역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업체 투자와 인수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창현 네이버 CTO가 2015년 9월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에서 프로젝트블루를 공개하고 있다.<전자신문DB>
송창현 네이버 CTO가 2015년 9월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에서 프로젝트블루를 공개하고 있다.<전자신문DB>

네이버는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유럽 등지에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한다. 송 CTO는 미국 퍼듀대 출신으로 HP,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실리콘밸리 내 글로벌 기업에서 두루 개발 문화를 경험했다.

이해진의 `다음 수` 북미시장 진출…전망과 과제는?

미·일 증시에 상장한 라인이나 브이(V), 웹툰, 스노우 등 기존 서비스 활용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네이버는 NHN 시절 북미법인이 있었지만 NHN엔터테인먼트 분사 뒤 자체 미국 법인이 없다. 네이버가 보유한 미국 사업 역량은 라인 조직에 흡수됐다. 현지에서 약한 브랜드도 네이버를 통한 진출을 유보하는 이유다.

이 의장은 “상장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개발 역량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며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메신저를 갖고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해진의 `다음 수` 북미시장 진출…전망과 과제는?

약한 브랜드와 자금력을 극복해야 한다. 네이버는 라인 상장에 성공했지만 미국에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27%나 올랐지만 다음 날 4.6% 하락하며 북미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구글·페이스북 등 IT 공룡이 즐비한 무대에서 기술 개발 투자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의장은 “외국 회사는 자금이 넉넉해 많은 곳에 투자하는데 우리는 집중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문화권에서 현지화하는 것도 과제다. 라인 성공도 현지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직접 현지에 거주하며 연구하고, 현지 사장과 인력을 수급해 시장 이해도를 높였다. 이 의장은 라인 사업 때와 같이 북미와 유럽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이나 북미에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려면 현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며 “해외에서 서비스를 문화화(현지화)하거나 개발자와 만나는 등 기회를 많이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