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은 지난해 10월 최대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를 투입, 중국 다롄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생산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이 발표는 국내외 메모리 업체를 긴장시켰다.
1985년 D램 사업을 포기한 인텔은 그동안 메모리 사업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인텔은 마이크론과의 합작사 IM플래시테크놀로지(IMFT)에서 낸드플래시 칩을 공급받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판매했다. 그러나 생산에는 직접 뛰어들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이 발표는 인텔의 메모리 시장 재진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30년 만의 재진출이다.
인텔이 직접 메모리 생산에 뛰어드는 이유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지금은 슬림형 노트북이 SSD의 최대 수요처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버 시장이 SSD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2017년 서버용 SSD 시장 규모가 노트북 SSD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인텔이 낸드플래시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메모리 직접 생산 발표에 앞서 인텔은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기술인 3D X(크로스) 포인트도 공개했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띤 이 기술은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기존 낸드플래시 대비 1000배 빠르다. 재기록 횟수를 나타내는 내구성 역시 1000배 높다. 데이터 접근 시간이 1000배 빨라졌다는 것은 지연시간(latency)이 단축됐다는 의미다.
인텔은 조만간 이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칩으로 신형 SSD `옵테인`을 출하한다. 회사는 옵테인의 임의 읽기와 쓰기 수치가 기존의 SSD 대비 5~7배 빠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텔은 PCI익스프레스(PCIe) 인터페이스의 SSD와 함께 D램 슬롯인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에 바로 꽂아 사용할 수 있는 모듈 형태의 플래시 메모리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하면 D램을 탑재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작동한다. D램과 비교하면 일반 플래시 메모리나 3D X포인트 메모리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대용량, 비휘발성이라는 특징이 필요한 일부 서버 시장에선 D램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프로세서 시장에서 점유율을 압도하는 인텔이 메모리 솔루션을 함께 판매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룬델 인텔 SSD 전략수립 책임자는 “인텔이 플래시메모리 자체 생산 체제를 갖췄다는 건 이 시장을 철저히 공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