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창 새누리당 의원의 `한국형 레몬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자 소비자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동안 다른 제조물은 보증기간 이내에 결함이 발견되면 교환·환불이 가능했지만 자동차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불량 신차`로 앓는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 사위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완성차 업체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단가가 일반 제조물보다 높은 만큼 교환, 환불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블랙컨슈머(악덕소비자)`로부터의 피해도 우려하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국내외 업체 관련 자동차 피해 상담은 2904건에 달했지만 교환, 환급이 이뤄진 경우는 199건(6.9%)에 불과했다. 구두 상담만 받고 끝나는 `정보제공`이 1210건(41.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차량 이상에 따른 교환이나 환불은 `하늘의 별따기`격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의 레몬법(Lemon law)`이라고 불리는 `자동차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되면서 소비자 권익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신차 구입 후 보증기간 이내 주요 부품에 대한 고장이 2회 이상, 동일한 일반 부품에 대한 고장이 4회 이상 발생했을 때 소비자는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들이 명백히 잘못한 경우에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 어렵던 사정이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당연한 소비자 권리를 되찾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량 차량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늘었다. 강력한 행정 조치와 피해자 보상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면서 “다만 한국형 레몬법에 대한 자세한 계획이 나와 줘야 소비자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서는 법안이 제정되기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로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될 경우 법리 판단이나 손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연간 수백대가 자동차 품질과 관련해 문제를 빚고 있는데 이들 차량을 모두 환불해 주게 되면 손실이 수백억원대에 이르게 된다”면서 “차량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면 무상수리 또는 리콜을 실시하거나 교환·환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결함을 꼬투리 잡는 소비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업체들은 교환·환불 요구 등 소비자 민원에 대해 분쟁해결 기준을 현실에 적절한 규범으로 삼고 잘 수용해 자율 처리를 해 왔다”면서 “교환·환불 입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자동차 제작사와 소비자 간 개인 분쟁에 개입하고 법정 분쟁해결을 조장해 사회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