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금융의 병폐

“챗봇(Chatbot)을 만들려고 지난해부터 빅데이터 구축 등 준비를 했습니다.”

개인간전자상거래(P2P) 금융업체 `8퍼센트` 관계자들의 자신감 가득한 말이다. 8퍼센트는 금융권 최초로 챗봇 `에이다`를 개발, 오는 10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챗봇은 인공지능(AI) 기술의 하나로, 인간 대화를 대신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챗봇 개발에 뛰어든 네이버, SK C&C 등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나 시중은행보다 한 발 앞섰다.

정보 제공부터 예약, 결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은 전 산업에서 앞다퉈 도입에 나서는 등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금융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온라인 결제까지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챗봇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IBM AI `왓슨`을 활용, 금융 상담을 진행한다. AI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AT커니는 AI 산업이 매년 25%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챗봇은 가장 쉽게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AI 분야로 꼽았다.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흐름에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 국내 금융사는 총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해마다 줄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점포 수를 줄이고 동남아 등 해외 진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거의 없다.

미국, 중국 등의 금융권은 현재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는 AI 전담팀을 꾸린 곳이 1~2곳에 불과하다. 걱정이 크지만 어느 누구도 선발 주자가 되려 하기에는 꺼려 한다. 한국 금융의 고질병이다. 우리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오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딛는 용기를 내야 한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