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부산행’의 현장은 정말 좋았던 것밖에 없다. 내가 돋보이지 않더라도 거기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내가 원래 말을 많이 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재미있다”
영화 ‘부산행’에 참여한 배우 정유미는 최근 진행한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만족감과 훈훈했던 촬영 현장에 대해 입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다. 매 영화 현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정유미는 운이 좋게도 매번 좋은 현장에서 일을 했었다. 다만 그는 “매번 그랬지만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행’을 통해 또 다시 좋은 현장을 경험하게 돼 좋았다”고 이야기 했다.
‘부산행’은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 등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지휘하는 현장이라 그랬을까. 촬영 현장은 유독 유쾌했고, 감독은 기존 감독과 다른 방법으로 배우들과 소통을 했다. 다만 이런 독특한 방법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연상호 감독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상호 감독님이 ‘부산행’으로 첫 실사 영화를 찍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우려나 궁금증은 전혀 없었다.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힘이 강렬했고, 감독님과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
“촬영 현장은 정말 웃겼다. 현장에 가면 감독님이 ‘이것 이것 하면 됩니다’라면서 콘티를 보여준다. 첫 신이 다른 사람 분량이면, 수안이와 다른데서 놀고 있다가 오라고 하면 연기를 한다. 감독님께 뭘 원하냐고 물으면 ‘으악~ 악~ 억!’이러신다.(웃음) 그러면 내가 ‘네?’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아주 가끔은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주시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멋있게 그려주는 게 아니라 졸라맨 같은 것을 그려준다. 눈을 동그랗게 뜬 것과 실눈 뜬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하면 된다고 하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다.(웃음)”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든 ‘부산행’은 우리나라 첫 좀비물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확실하게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세상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정유미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각자 다르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 작품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재미는 재미대로 느끼실 수 있고,가슴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 ‘도가니‘처럼 비슷한 맥락에서도 볼 수 있다. 상업영화긴 하지만 ’나는 어떤 도리를 지키며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모두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시원하게 아무 생각 없이 치고 박는 영화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더 깊이 생각해주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정유미가 맡은 임산부 캐릭터는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다. 그가 맡은 성경이란 인물은 만삭의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좀비떼로 가득한 기차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인물이다.
이는 앞서 그가 영화 ‘도가니’ ‘내 깡패 같은 애인’ 등에서 맡았던 용감하고 씩씩한 캐릭터와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 한다. 캐릭터와 실제 배우를 동일시 할 수는 없겠지만 특정 유형의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은 배우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깃들어야지 가능한 법이다.
“로맨스물에서도 진취적인 캐릭터를 맡았었는데, 나보다 모두 훌륭했던 캐릭터였다. 내가 맡은 역할들에 비하면 나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배우로서의 몫을 다했는데 칭찬을 받고 이미지가 좋아질 때가 있다. 그래서 작아지는 순간이 있고, 창피하기도 하다. 용감한 역할을 하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거창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가깝게 그 캐릭터를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들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정유미의 고민은 ‘부산행’을 통해 더 깊어지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들어나가면서 누구보다 많은 생각을 했을 정유미는 이번 영화 촬영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됐고, 고민도 생겼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난 어떤 사람인가. 어떤 배우인가란 생각을 하면서, 이런 마음이 지금이라도 생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내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