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23>외국어의 중요성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23>외국어의 중요성

미국 보스턴에 있는 아들 집에 손자를 보러 왔다가 버뮤다행 크루즈를 탔다. 전장 295m에 승객만 2000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호화 유람선이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여유가 있었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놀고… 이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한곳에 모아 놓은 듯 했다.

이 유람선에는 직원이 1100명인데 그 가운데 600명이 필리핀 사람, 400명이 인도인이다. 80%가 필리핀과 인도 사람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싼 임금도 이들을 고용할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과의 소통 능력일 것이다.

삼성 테스코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는 인도 방갈로아에 솔루션 팩토리라는 것을 만들어 정보기술(IT) 외주를 주고 있었다. 첫해에는 200명이더니 5년 만에 4000명까지 커졌다. 이 솔루션 팩토리에는 신입사원 인터뷰를 위한 개별 방이 10개가 있었다. 그만큼 많은 신입사원을 뽑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솔루션 팩토리가 없으면 회사 IT가 돌아가지 않게 됐다. 시스템의 개발, 운영, 콜센터가 모두 인도에서 운영되다 보니 영국 본사 IT에도 인도에서 온 IT 인력이 점점 중요한 포스트를 차지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우리나라에 청년 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해 기진맥진한 젊은이가 많다. 이들은 거의 자포자기하고 알바나 비정규직으로 한두 달을 넘기고 있다. 3,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업의 인력 의존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신입직원을 채용해서 일을 가르치면 30년을 써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5년도 못 버틴다. 신입사원을 뽑아 가르쳐서 언젠가 월급 값을 하게 하는 기존의 채용 프로세스가 더 이상은 의미 없게 됐다. 그러니 기업은 대부분의 직종에 비정규직이나 알바만 채용하고, 막상 꼭 필요한 자리에는 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 실업 문제를 창업이나 중소기업 채용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수직 계열화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채용을 늘려야 중소기업도 채용을 늘릴 수 있다.

차라리 우리 젊은이들이 열심히 외국어를 해서 해외로 진출하면 지금 우리의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해외에서 자기의 꿈을 더 크게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크루즈의 허드렛일같이 열정 페이를 받고서라도 해외로 나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이 시작은 허드렛일로 하지만 점차 경력이 쌓이면 더 높은 직위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크루즈의 디렉터급에도 이미 필리핀, 인도 계열이 많았다. 이들은 기본적인 어학 실력에 개인적인 성실함과 열정이 잘 결합돼 있어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학점이 좋은 학생에게 글로벌 기업에 추천해 주려고 하면 스스로 영어가 안 된다고 사양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훨씬 좋은 대우와 근무 환경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학 때문에 스스로 취업의 기회를 포기하고 대신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스펙이 아니라 자기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서의 진정한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외국어를 배우기 위한 환경이 좋다. 동영상 사이트에 가면 원어민의 수준 높은 강의가 널려 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이 학력이나 지역이나 외모에 대한 편견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더욱 더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 살이라도 적을 때 해외에 나가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더 높은 꿈을 꾸는 그런 삶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직원 가운데에는 스스로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길을 물어 보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생활영어로 비즈니스 영어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비즈니스 영어는 이해를 따지면서 서로 첨예한 대화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지금 스스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도 막상 예민한 상황이 되면 수준 높은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목표 자체를 한 단계 높게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영어 책, 영화, 드라마, 역사, 스포츠, 속담, 예절에 관해서도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젊은 직원도 미래가 불안하다고 하면 보험에 든다는 셈치고 외국어를 열심히 익혀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글로벌 시대에 자신 있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 전문직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이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좀 더 넓은 세계에 나가서 더욱 큰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