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Dyson)은 50만원에 달하는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을 공개했다. 일반 헤어드라이어를 10개 살 수 있는 고가 제품이다.
이 헤어드라이어는 분당 최고 11만번 회전하는 모터가 내뿜는 공기를 증폭해 공기 흐름을 3배 가량 높여준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이 제품의 진가는 조용함에 있다. 모터는 시끄러운 소음을 인간이 들을 수 없는 고주파로 내보낸다.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면서 일상 대화를 나누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소음만 발생시킨다. 평범한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다이슨 철학이 녹아 있는 헤어드라이어다. 다이슨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회사다. 다이슨은 그동안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없는 선풍기 등 혁신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며 `영국의 애플`로 불리고 있다.
다이슨은 1991년 제임스 다이슨이 설립했다. 그는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였다. 1979년부터 5년간 무려 5127개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한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형 청소기업체가 상품화를 외면하고 시제품 제작에 재산을 쏟아 부은 탓에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다행히 일본 기업 에이펙스(Apex)와 라이선스 협약을 맺어 위기를 벗어난다. 이때부터 자신이 직접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1991년 자신 이름을 내건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 청소기로 세계적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또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내 판매 1위 청소기가 되면서 엄청난 부를 획득했다.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도 받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됐다.
다이슨은 기술의 창의적 적용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란 것을 알고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다이슨 직원은 7000명가량이다. 이중에 2000명이 엔지니어다. 전체 직원 3분의 1이 엔지니어인 셈이다. 대부분 엔지니어 인력은 영국 맘스베리 본사에서 일하는 데 앞으로 본사 엔지니어 인력을 두 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다이슨은 지난해 제품개발에 약 2억600만파운드(3091억원)를 투자했다. 올해는 약 2억7000만파운드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다이슨사가 소유한 특허만 1300개에 이른다. 창업자는 일흔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사 연구실에서 20대 엔지니어와 함께 하루종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직함도 최고경영자가 아닌 최고기술자다.
실적도 눈부시다. 다이슨은 지난해 17개 신제품을 출시하고 약 1000만대를 판매했다. 2014년에 비해 25% 늘었다. 지난해 충전식 무선 진공청소기 판매는 66% 늘어 세계 무선청소기 시장 4분의 1을 점유했다.
무선 청소기 인기에 힘입어 핵심부품인 배터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배터리기술 개발에 10억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시간 대학에서 스핀오프한 배터리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단위면적당 용량이 리튬이온의 두 배에 달하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다이슨은 국내 기업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다이슨 개요>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