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부터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서비스가 개시된 `포켓폰 고` 열풍이 전 세계로 번져 나가고 있다. 그 덕에 닌텐도 주가는 2주 만에 두 배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우리나라도 열성팬들이 게임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속초로 몰려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20년 역사의 포켓몬 캐릭터를 바탕으로 증강현실(AR) 게임 기술과 경험을 쌓은 나이안틱(Niantic)이 개발했고, 콘솔 대신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런데 포켓몬 고 신드롬은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근본 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 먼저 스티브 잡스가 창의성에 대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생전에 “창의성이란 연결하는 것(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에 불과하고, 이에 따라서 창의성인 것을 어떻게 해냈느냐고 물어 보게 되면 실제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살짝 죄책감까지 느낀다”고까지 했다. 포켓몬 고의 창의성은 안방에서나 즐기던 게임 이용자를 집 밖으로 불러내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AR, 위성항법시스템(GPS), 위치기반서비스(LBS), 구글맵 등 그다지 새롭지 않은 기술을 포켓폰 캐릭터, 게임 경험과 서로 잘 연결시킴으로써 혁신 게임이 탄생하게 됐다.
창의 아이디어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야 나온다. 포켓몬스터 만화 속 주인공처럼 현실 환경 속에서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고 싶어 하는 열광팬들의 마음을 잘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게임업체들이 주로 가상현실(VR)에 열중할 때 AR를 활용하는 차별성까지 갖추게 됐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은 단순한 시장조사로는 잘 되지 않는다. 잡스 말대로 보여 주기 전에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강조했다. 오죽하면 애플 사람들도 경험이 다양하지 못해서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개발에 필요한 연결이 충분하게 일어나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둘째로 총 18개 창조혁신센터를 설립한 우리나라에서 포켓몬 고가 개발됐다면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의 성과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이앤틱은 2010년 구글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2015년 10월 독립했다. 그해 포켓몬 고 개발을 위해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3000만달러 투자를 받았다. 닌텐도는 콘솔게임 강자로서 자기 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우려를 무릅쓰고 스마트폰 게임에 투자를 감행했다. 이와 같이 창의성 발현을 위한 연결이 구글, 닌텐도, 나이앤틱,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는 상생과 협력이 실현된 것이다.
셋째로 콘텐츠가 왕이라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나이앤틱은 2013년에 GPS와 AR 기반의 모바일 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게임 마니아를 넘어선 일반인들에게까지 관심을 끌게 한 포켓몬고 열풍은 단연 포켓몬 캐릭터 게임의 콘텐츠 힘에 있다.
끝으로 포켓몬 열풍의 시사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첫째 혁신의 답은 결국 `연결되지 않은 것을 연결하는 데(Connect the unconnected)`에 있다. 특히 연결될 자원(기술, 돈, 지식재산, 경험 등)을 많이 보유한 대기업의 개방 태도가 요구된다. 나이앤틱처럼 기술벤처 집단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대기업은 연결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도록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아이디어 발굴과 연결은 기업의 일이지 정부의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 포켓몬 고 현상을 보고 정책 대응에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으로 연결이 잘 일어나도록 지원하면 된다.
차양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yscha@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