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회원 가입을 하게 됐는데 가장 먼저 할 일은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비밀번호는 어떻게 설정할까. 그동안 두어 가지 만들어 이용하고 있었는데 또 새로운 비밀번호를 만들려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같은 비밀번호를 또 써야 하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이지만 중요한 게 비밀번호 관리다. 나만이 알 수 있고 중복되지 않는 안전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비밀번호는 짧을수록 좋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의식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5년 정보보호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96.1%는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첫 번째로 분석한 언론 기사도 있다.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개인정보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사회 불안 역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의식에 비해 실천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4년 개인정보 보호 수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10명 가운데 6명은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1명만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대국민 전자서명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사용자의 절반이 넘는 58.3%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다른 일반 서비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비밀번호로 설정하고 있으며, 비밀번호를 적어도 6개월마다 변경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령 정비와 제도 개선, 실태 점검과 의식 제고 활동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국민 개개인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함께 뜻을 모으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에게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생활 속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실천을 끌어내기 위해 2009년부터 `인터넷 내정보 지킴이` 캠페인을 지속 추진해 왔다.
특별히 올해는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실천 수준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 `실천`과 `행동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안전한 비밀번호의 설정과 관리`를 주제로 7월 25일~9월 30일 10주 동안 `2016 인터넷 내정보 지킴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대중교통 광고를 통해 쉬운 비밀번호, 같은 비밀번호, 오래된 비밀번호의 위험성을 알림으로써 비밀번호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 적절한 비밀번호 설정 방법과 유의 사항을 안내해 실제 국민이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캠페인 참여도와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이벤트로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일부 사례는 카드뉴스로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국민의 실제 사례를 통해 개인정보 위험과 중요성을 전달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은 걱정하면서도 `다음에 하면 되지`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무사안일이야말로 내 개인정보를 스스로 위험에 노출시키는 주범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 개개인이 모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원칙과 기본을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개인정보 보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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