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류준열은 수학과 과학에 빠져 사는 공대 출신 게임회사 CEO 제수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쌍방 로맨스에 도전했다. 특히 그는 마지막 회에 공개됐던 키스신 메이킹필름에서 선배인 황정음(심보늬 역)에게 리드를 당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른이 넘은 배우로써 첫 키스신임을 티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메이킹필름을 보니까 티가 많이 났더라.(웃음) 너무 부끄럽고 얼굴을 어디에 둬야될 지 모르겠다. 떨려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정음 누나가 어떤 순간보다 베테랑처럼 해주셨다.(웃음) 실제로도 보늬가 다가오는 장면이었고, 무난하고 아름답게 끝난 것 같다. 첫 키스신을 선사해준 정음 누나에게 감사를 표한다.(웃음)”
이 키스는 류준열의 연기인생뿐만 아니라 제수호에게도 인생 첫 키스였다. 그 만큼 제수호는 사랑을 알지 못했던 캐릭터였으며 로봇처럼 무뚝뚝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심보늬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시도 때도 없이 애교를 부렸다. 때문에 류준열은 심보늬를 사랑하기 전과 후를 확실하게 구별하면서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보늬를 만나면서 변하는 과정이 주된 플롯이기 때문에 그 점을 가장 신경 썼다. 수호는 말이 굉장히 빠르고 상대방의 눈을 보지 않고 대화한다. 인간관계를 글로 배운 인물이다. 그런 친구가 나중에 여자친구를 껴안고 애교를 부리기까지 하는데, 그 차이가 재밌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착했던 남자가 끝까지 착하다면 사건 전개가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 그렇지 않았던 남자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는 셰익스피어부터 시작해서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특히 수호와 보늬의 갈등은 표면적인 요인이 아닌 30년 간 확고하게 만들어졌던 ‘신념’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극복했고, 생각을 바꾼 이들은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된다.
“결국에는 운명을 놓고 싸운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도 가치관을 놓고 싸우지만, 그들이 부모님의 반대라든가 계급간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라면, 이 드라마는 신념과의 싸움이다. 삶에 대한 기준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미신과 과학을 맹신하는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다. ‘운빨로맨스’는 나름대로 철학적인 면이 있는 드라마다.”
수호가 보늬를 만나 변화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에 의해 변화한다. 지금의 류준열은 과거의 류준열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작게는 손톱 물어뜯는 것을 고쳤고(웃음) 크게는 다양한 여행을 통해서 많이 변했던 것 같다. 실제 여행을 다니기도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택시 운전사’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웃음)”
류준열에 말을 빌리면 그는 데뷔 2년 만에 누구보다 많은 작품을 통해 ‘여행’을 하고 있다. ‘응답하라 1988’과 ‘운빨로맨스’도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앞으로 선보일 영화 ‘택시운전사’와 ‘더 킹’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대작’이라고 불리는 좋을 만한 작품에서 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빠른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셨는데, ‘운빨’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하는데 있어서는 내 능력보다 운이 많이 중요하다. ‘운’이라는 게 어쩌다 얻은 행운이 아니라 주변 도움을 주시는 사람들, 즉 인복이 많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