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보통 네 살이면 어린이집을 다닌다. 우리나라 말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영어부터 배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한글은 물론 영어도 웬만큼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ㄱ` `ㄴ`을 배우던 시절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됐다.
배움은 계속된다. 초등학교 6년 과정이 끝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 3년, 대학교 4년을 다녀야 한다.
학교만 다녀서는 안 된다. 방과 후에는 하나같이 노란색 미니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이동한다. 놀기 위해서라도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부만 잘해서도 안 된다. 이른바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해야 한다. 봉사활동도 해야 하고 모임을 꾸려서 다양한 경험도 쌓아야 한다.
이유는 하나다.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다. 노는 것보다 공부를 먼저 배우고 친구보다 경쟁자를 더 빨리 알아가는 것 모두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다.
경쟁은 외롭다. 스스로 벽을 쌓고 뭉치지 못하게 한다. 흩어지기 딱 좋은 구조다. 모래알과 같은 민중이 어려서부터 키워지는 꼴이다. 마치 누군가의 의도인양 비슷한 길을 걸어 간다.
덕분에 대한민국만큼 이른바 스펙이 좋은 청년이 많은 나라는 드물다.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취업문은 여전히 좁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라는 비좁은 문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 자체를 실패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한몫한다.
얼마 전 SK에서 주최한 청년비상 창업캠프를 다녀왔다. 참가자 가운데에는 창업마저도 스펙으로 활용하려는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우수상을 받은 팀들은 달랐다. 이미 회사를 차린 경우도 있었다. 사회가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들 모두 실패를 걱정하지 않았다. 자본금 한 푼 없어도 당당했고 즐거워했다.
다른 길은 실패가 아니다. 다른 길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성공을 경험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