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형 알파고, 뒷북일까?

[기자수첩]한국형 알파고, 뒷북일까?

한국형 알파고 개발을 위한 합의각서(MOU)가 발표됐을 때 `이럴 줄 알았다` `돈 낭비다` `지금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싸늘한 반응이 많았다. 생색내기, 정부의 무능(민간과 바둑계 협력만으로 진행됨에도) 등 원색의 비난도 있었다. 이미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바둑 인공지능(AI) 가능성을 입증한 마당에 자원을 투입해 봤자 나올 게 없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비판은 타당하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개발사업 협력(MOU) 체결 장면<전자신문DB>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개발사업 협력(MOU) 체결 장면<전자신문DB>

하지만 `바둑` 입장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충격과 경악이었다. 이세돌이 한 번만 패해도 진 것이라는 자신감은 5국 종료 뒤에 AI를 한 번이라도 이겨서 대단하다는 안도로 바뀌었다. 인간이 두지 않는 알파고의 `악수`가 `신의 한 수`가 됐다.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도 쉽사리 보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혀를 내두르고 갈 정도였다. 패러다임의 급반전이다. 세기의 대국이 바둑계에 던진 교훈은 자명했다. `아직 바둑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세돌 알파고 대국 장면<전자신문DB>
이세돌 알파고 대국 장면<전자신문DB>

AI를 활용하면 더욱 많은 수의 연구가 가능하다. 단기간에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바둑 지식 체계를 뒤흔들 정도다.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크다. 영화에서 보던 `로봇 대전`이 반상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조금만 생각을 확장해 보면 AI와 인간 바둑기사가 팀을 이뤄 페어 게임을 하는 구상도 가능하다.

이미 일본과 중국도 자국 기원과 협력, 바둑 AI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만큼 AI가 바둑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증거다. 우리는 바둑 AI라는 직격탄을 맞고서도 행동에는 약간 늦은 셈이다.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따라가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둑 AI 활용은 이제 시작이다. AI의 개발 목적은 활용이지 개발 그 자체가 아니다. 한국형 알파고도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구글이 이미 개발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면 계속 활용, 연구해야 한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이미 개발됐다고 해서 `포켓몬 고`를 두고 뒷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