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김기덕 감독의 ‘그물’,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면서 김기덕 감독은 7번째 베니스에 가게 됐고, 배우 공유는 칸에 이어 베니스에 입성하게 됐다. 문소리는 한국배우 최초로 심사위원에 선출돼 의미를 더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4년 째 경쟁부문 진출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로, 칸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공식 경쟁(Venezia-Competition), 비경쟁(Out of Competition), 오리종띠(Orizzonti), 베니스 클래식(Venice Classics)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개최된다.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한국의 시선에서 본 주목해야 할 5가지 이야기를 살펴본다.
◇ ‘그물’, 김기덕 감독의 7번째 베니스 진출작
김기덕 감독은 이번이 7번째 베니스 행이다. 앞서 ‘섬’으로 넷팩상–특별언급(Netpac Award –Special Mention)을 수상했고, ‘빈 집’으로 감독상(Silver Lion for Best Director), 국제비평가협회상(FIPRESCI Award), 미래비평가상(Little Golden Lion Award), 국제가톨릭협회상(SIGNIS Award) 4관왕을 수상한데 이어 ‘피에타’로 대상인 황금사자상(Golden Lion for Best Film)을 거머쥐었다. 세계 3대 영화제 대상 수상은 한국 영화 사상 처음 있는 쾌거였다.
‘그물’의 해외배급을 맡은 화인컷에 따르면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그물’을 처음 봤을 때, 김기덕 감독의 작품 세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느꼈다. 오직 거장 감독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물’은 한국인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그려내는 동시에 감독의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보편적 인류에도 호소하는 작품이다”라며 공식 초청의 이유를 전했다.
◇ ‘밀정’, 김지운 감독의 3대 영화제 입성 & 워너브러더스의 조합
김지운 감독은 앞서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1999)과 ‘장화, 홍련’(2003)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받은 이후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칸 국제 영화제에 두 작품 연속으로 초청됐다. ‘밀정’이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부문과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됨으로써 김지운 감독은 세계 4대 영화제에 모두 입성하게 되는 쾌거를 이뤘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김지운 감독의 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스파이 서사극 ‘밀정’을 보고 기쁨의 황홀경에 빠질 것이며,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은 베니스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 스타일과 환상적인 배우 군단을 발견할 최고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밀정’은 워너브러더스의 첫 한국영화 투자 작품으로, 마치 얼마 전 ‘곡성’이 이십세기폭스가 투자한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칸에 초청받아 해외배급사와의 협업에 의미를 더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성장하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더 적극적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 공유, 칸 이어 베니스 입성
2016년은 공유에게 최고의 한 해가 됐다. 지난 5월 ‘부산행’으로 칸에 다녀온 공유는 이번에는 베니스에도 입성했다. 1년에 하나의 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것도 평생 한 번 겪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은 가운데, 세 달 만에 또 다른 국제영화제에 간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 분명하다. 다만 소속사 매니지먼트숲은 “배우가 직접 베니스에 가는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경쟁 부문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가 베니스에 직접 갈 가능성은 100%로 볼 수 없다.
◇ 문소리, 한국 배우 최초 심사위원 위촉
앞서 2006년 박찬욱 감독이 국제 경쟁부문에, 2009년 김진아 감독이 오리종티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된 적은 있었지만, 한국배우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문소리가 처음이다.
문소리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오리종티 경쟁부문은 전 세계 영화계의 혁신적인 경향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문소리는 지난 2002년 영화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 수상한 바 있으며, 이번 위촉은 알베르토 바르베라(Alberto Barbera) 집행위원장과 엘레나 폴라끼(Elena Pollacchi) 수석 프로그래머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심사위원 위촉 소식을 접한 문소리는 “전 세계의 여러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공부이고 기쁨“이라며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내게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 곳에서 멋진 영화들과 여러 영화인들과 또 한번 소중한 시간 만들어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 경쟁 부문 진출 4년째 실패
한국영화는 지난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4년 동안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아가씨’가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과 자부심이 한껏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인 제72회에서는 비경쟁 부문마저 한 작품도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다시 발돋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해에는 비경쟁 부문이지만 두 작품이 진출했고, 여러모로 의미 있는 바가 있다. 특히 김기덕, 이창동, 임권택, 홍상수 감독과 더불어 베니스에서 김지운이라는 또 한 명의 한국 감독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작은 발전이 아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