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염과 에너지절약

함봉균 기자.
함봉균 기자.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로 낮이고 밤이고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즘이다. 지난주 휴가를 즐기면서도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이 그리울 정도로 더위에 시달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전기요금 30만원을 각오하더라도 에어컨을 켜고 더위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유혹에 빠졌다.

평상시 월 300㎾h 내외 전력을 사용해 5만원 정도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에어컨을 사용한다고 해도 `설마 30만원까지 전기요금이 나올 수 있겠냐`라는 생각이 들어 `시원하게(?)` 에어컨을 켰다.

휴가를 시원하게 보낸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전기요금 폭탄 걱정이 든다. 그래서 소심하게 에어컨 정격전력을 찾아보니 1700W. 평상시 전력사용량 300㎾h에 하루 8시간씩, 한 주간 사용한 에어컨 전력사용량을 더해보니 400㎾h 남짓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10만원대 전기요금 수준이라 안심하면서도 휴간 기간 이외에 집에서 에어컨을 사용한 것과 하루 8시간 넘게 에어컨을 켠 부분 등 계산되지 않은 요인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는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국가 전력사용량 최대치가 두 세 차례 갱신되는데 일조했다는 미안함도 든다.

이제 믿는 것은 에어컨을 사용하면서도 꼭 지킨 `적정온도 26℃ 이상 유지`뿐이다. 실내온도를 1℃ 올리면 7%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에너지공단 설명을 믿고 에어컨 희망온도를 26℃로 항상 고정시켜 사용했다. 다음달 받을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정온도 유지 효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찜통 더위 속에 에너지 절약만을 강조하며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은 솔직히 무리가 있다. 필요하면 사용하더라도 적정온도 유지 등 과도하지 않으면 적어도 전기요금 폭탄은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요금(누진제) 체계가 필요하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도 더위와 전기요금 사이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