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 IT사업 저가 발주 폐해 바로 잡아야

상반기 공공 정보기술(IT)사업 중 절반이 유찰됐다. 중견 IT업체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저가 사업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과거 공공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며 0원 입찰까지 마다하지 않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공공사업 저가 수주 회피는 합리적인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경영 악화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기업의 현실도 반영됐다. 무조건 수주하고 보자는 `묻지마 수주`가 사라져야 공공사업의 부실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그런데 상반기 공공 IT사업 유찰이 46.4%에 달했다는 것은 공공사업 사업비 산정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주하면 밑질 수 밖에 없는 사업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무응찰 사업이 11개나 달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공공기관으로서는 예산 절감을 노렸지만 시장이 외면하면서 오히려 행정력 낭비에 추가예산 집행을 불러왔다.

재입찰로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발주가 늦어지면 개발 시간도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사업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저가 수주도 문제지만 유찰에 따른 폐해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공공기관이 사업비를 낮춰 잡은 것은 그간 기업의 출혈경쟁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렇지만 시장이 이성을 되찾으면서 저가 발주관행이 오히려 공공사업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면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기업도 제값을 받아야 그에 걸맞은 품질을 서비스한다.

상반기 공공사업 유찰은 그런 의미에서 공공사업 비정상의 정상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보다 정교하고 적절한 사업비 산정으로 기업이 가격이 아닌 기술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공공 IT서비스 품질도 높아지고 세금이나 행정력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이제 공공기관이 시장 정상화에 화답할 차례다.

[사설]공공 IT사업 저가 발주 폐해 바로 잡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