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스마트폰 화면을 열기 무섭게 내 앞으로 택시가 도착하고, 최저 가격에 실시간 숙박예약을 하는 온디맨드(On-Demand) 시대가 현실화됐다.
온디맨드는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을 뜻한다. 스마트폰 속에 보이지 않는 비서가 24시간 내내 상주하는 것이다. 마치 램프의 요정처럼 편리한 온디맨드 서비스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대상이 공유경제를 통해 점차 확대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공유경제 시장은 중국에서만 연평균 60% 이상 성장하고 중국판 우버 서비스 이용자는 2억명을 훌쩍 넘는다. 앞으로 상당기간 모바일 시장에서 온디맨드 철학에 바탕한 공유경제 플랫폼이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과 시장 변화는 우리 정부 행정서비스 혁신에도 적용된다. 올해 행정자치부는 `정부3.0 생활화`에 집중, 국민이 원하는 시기에 손쉽게 적합한 서비스를 찾도록 정부의 모든 시스템과 제도 혁신을 가속화할 것임을 밝혔다.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전자행정 서비스를 단순히 이용만 하던 시기를 벗어나 생애주기별로 나와 내 가족에게 적합한 정부 서비스를 선택해 필요할 때 능동적으로 제공받는다. 더 나아가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까지 가능해졌다. 바야흐로 온디맨드 철학이 행정서비스 혁신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아이디어만 갖고 창조경제혁신센터나 문화융합벤처단지를 찾으면 원스톱으로 지원책을 제공받는 환경 변화도 이러한 혁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 누구나 카카오택시, 포켓몬 고 같은 O2O와 증강현실(AR) 서비스 아이디어가 있다면 현실적인 지원과 멘토링을 받고, 관련 서비스를 안내받아 도전할 길이 열려 있다.
포켓몬 고는 우리가 있는 장소를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하고, 게이머가 이를 잡는 게임이다. 현재 보안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적 규제가 있지만 데이터 기반 창업을 이끄는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개혁 노력과 직결된다.
그동안 정부는 글로벌 경제에서 흥행이 예상되지 않는 미지의 산업이 기존 규제의 틀에서 막히는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공유경제나 AR 서비스가 초기에 자리 잡고 성장하도록 일본·중국 등 주변국에 없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했다.
이미 세상은 변했다. 기술만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양태(樣態)가 변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미 개방과 공유, 창조경제에 대한 코드를 규제개혁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눈에 거슬리는 낡은 규제만을 찾아 비판하며 속을 앓고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좋은 것을 찾아 그 곳에서 기회를 잡고 행복을 누리는 식견과 관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단기간 경제성장으로 과거에 지나왔던 영광에 대한 평가를 소모적이고 진영적인 이념대립으로 일관했다. 항상 현실에 대한 불만을 배출하고자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창의력과 기회비용을 의미 없이 소모하고, 사회만을 탓하는 부정적 자의식에 연연하지 않았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당신은 내 손에 쥐어 있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누리면서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 공유경제와 AR가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스마트주권 시대다. 질풍노도의 기운으로 AR 속 포켓몬만 잡는 재미만 누릴 것이 아니라 우리도 당당한 창업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긍지를 스스로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손연기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ygson1234@kli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