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판교 임대율 갈등 배경 뭔가

경기도가 최근 아름방송컨소시엄과 넥슨컨소시엄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계약 당시 제시했던 사업계획서에 명시한 임대비율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다. 아름방송컨소시엄에는 건물 소유권을 내놓고 나가라는 소송을, 넥슨컨소시엄에는 5억~6억원 정도 위약금을 내라는 소송이다.

해당 기업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계약서에 없는 처벌규정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도 분양 조건을 완전히 지킨 것은 아니라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리한 소송전이 예상된다.

이처럼 경기도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컨소시엄이 임대율을 놓고 법적 공방까지 치닫게 된 이유가 뭘까. 입주기업들이 하나 둘 건물을 준공하고 입주하기 시작한 시점부터의 과정을 따라가 보았다.

2010년 가을.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기업이 속출하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하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두 세 차례 추가 분양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미분양 필지가 남았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을 진행해 온 경기도는 마음이 급해졌다.

2007년 입주 계약 당시 사세 확장을 고려한 사업계획으로 부지 공급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계획과 달리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세가 줄어든 때문이다. 오히려 입주 공간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 됐다.

하지만 전매제한 및 컨소시엄 내부 기업 간 지분변동 제한 규정은 강력했다. 계약 조건에도 분양받은 부지는 마음대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경기도가 투기를 막기 위해 취해 둔 조치였다.

고민 끝에 계약을 해지하는 기업이 나왔고, 전매 및 지분제한을 줄이고 임대나 분양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기도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김문수 전 도지사가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세븐벤처밸리 대강당에서 입주기업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뒤 도는 10%로 제한했던 컨소시엄 내부 기업 간 거래를 전면 허용했다. 또 외부 거래는 5%를 초과할 시에만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써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컨소시엄 내부 및 외부 기업간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임대율을 둘러싼 입주 기업 간 갈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임대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에 연구지원용지를 분양받은 사업자들이 발끈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날 이후 김문수 전 도지사는 더 이상 판교테크노밸리 임대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 도는 내부조율을 요구하며 이 문제에서 손을 뗐다.

발단은 필지별 분양 조건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도는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를 초청연구용지·일반연구용지·연구지원용지로 나눠 분양했다. 분양가는 초청연구단지는 3.3㎡당 500만~800만원인 반면 연구지원용지는 1500만~1800만원이었다. 연구지원용지는 50% 이상 임대할 수 있지만 초청연구단지는 100% 자가사용하는 조건이었다. 3배 가까이 비싸게 분양받은 사업자들은 100% 또는 사업계획에 자가사용 비율을 정해놓고 싼값에 분양받은 사업자들이 똑같이 임대사업에 나서는 것을 환영할리 만무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임대비율을 지키지 않는 곳이 속출했다. 자체 사용률이 떨어지자 각종 편법을 동원해 임대비율을 높이더니 급기야는 대놓고 임대사업을 벌이는 기업도 등장했다. 당연히 비싼 가격에 연구지원용지를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하던 기업은 펄쩍 뛰었다.

하지만 도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임대비율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처벌규정은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이 사업계획서에 정해 놓은 임대율을 지키지 않아도 딱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2013년에는 도가 먼저 규정을 깨는 일이 벌어졌다. 엠텍비전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아이레보가 완공한 사옥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 매각, 지분을 전량 넘겼다.

10년 전매제한 조치를 무용지물로 만든 사건이었다. 컨소시엄 내부에서는 외부 매각을 완강히 반대했지만 경기도는 컨소시엄 내부 우선 인수 원칙을 깨고 외부 매각을 승인했다.

당시 도는 전매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이레보는 전매차익을 0원으로 신고했다. 전매차익을 신고하면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장치는 애초부터 무용지물이었다.

도가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이 사건은 판교테크노밸리에 걸어두었던 전매제한 원칙과 경기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도가 당초 약속했던 임대비율을 지키지 않는다며 입주기업들에게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관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임대를 허용하겠다며 계약 변경을 주문했다. 변경계약에는 임대율을 일정 수준 높여주는 대신에 위반하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계약변경에 응하지 않은 기업에는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당근과 채찍으로 계약 변경에 응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업들도 임대율을 낮추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곧바로 칼을 뽑아들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퇴로를 차단하고 나선 조치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순순히 건물을 내주거나 수억원대 위약금을 물수는 없는 노릇이라 법적 소송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이슈분석]판교 임대율 갈등 배경 뭔가

2010년 가을.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기업이 속출하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하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두 세 차례 추가 분양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미분양 필지가 남았다.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을 진행해 온 경기도는 마음이 급해졌다.

2007년 입주 계약 당시 사세 확장을 고려한 사업계획으로 부지 공급 계약을 맺었던 기업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계획과 달리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세가 줄어든 때문이다. 오히려 입주 공간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 됐다.

하지만 전매제한 및 컨소시엄 내부 기업 간 지분변동 제한 규정은 강력했다. 계약 조건에도 분양받은 부지는 마음대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경기도가 투기를 막기 위해 취해 둔 조치였다.

고민 끝에 계약을 해지하는 기업이 나왔고, 전매 및 지분제한을 줄이고 임대나 분양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기도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김문수 전 도지사가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세븐벤처밸리 대강당에서 입주기업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뒤 도는 10%로 제한했던 컨소시엄 내부 기업 간 거래를 전면 허용했다. 또 외부 거래는 5%를 초과할 시에만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써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컨소시엄 내부 및 외부 기업간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임대율을 둘러싼 입주 기업 간 갈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임대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에 연구지원용지를 분양받은 사업자들이 발끈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날 이후 김문수 전 도지사는 더 이상 판교테크노밸리 임대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 도는 내부조율을 요구하며 이 문제에서 손을 뗐다.

발단은 필지별 분양 조건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도는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를 초청연구용지·일반연구용지·연구지원용지로 나눠 분양했다. 분양가는 초청연구단지는 3.3㎡당 500만~800만원인 반면 연구지원용지는 1500만~1800만원이었다. 연구지원용지는 50% 이상 임대할 수 있지만 초청연구단지는 100% 자가사용하는 조건이었다. 3배 가까이 비싸게 분양받은 사업자들은 100% 또는 사업계획에 자가사용 비율을 정해놓고 싼값에 분양받은 사업자들이 똑같이 임대사업에 나서는 것을 환영할리 만무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임대비율을 지키지 않는 곳이 속출했다. 자체 사용률이 떨어지자 각종 편법을 동원해 임대비율을 높이더니 급기야는 대놓고 임대사업을 벌이는 기업도 등장했다. 당연히 비싼 가격에 연구지원용지를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하던 기업은 펄쩍 뛰었다.

하지만 도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임대비율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처벌규정은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이 사업계획서에 정해 놓은 임대율을 지키지 않아도 딱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2013년에는 도가 먼저 규정을 깨는 일이 벌어졌다. 엠텍비전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아이레보가 완공한 사옥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 매각, 지분을 전량 넘겼다.

10년 전매제한 조치를 무용지물로 만든 사건이었다. 컨소시엄 내부에서는 외부 매각을 완강히 반대했지만 경기도는 컨소시엄 내부 우선 인수 원칙을 깨고 외부 매각을 승인했다.

당시 도는 전매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이레보는 전매차익을 0원으로 신고했다. 전매차익을 신고하면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장치는 애초부터 무용지물이었다.

도가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이 사건은 판교테크노밸리에 걸어두었던 전매제한 원칙과 경기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도가 당초 약속했던 임대비율을 지키지 않는다며 입주기업들에게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관리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임대를 허용하겠다며 계약 변경을 주문했다. 변경계약에는 임대율을 일정 수준 높여주는 대신에 위반하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계약변경에 응하지 않은 기업에는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당근과 채찍으로 계약 변경에 응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업들도 임대율을 낮추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곧바로 칼을 뽑아들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퇴로를 차단하고 나선 조치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순순히 건물을 내주거나 수억원대 위약금을 물 수는 없는 노릇이라 법적 소송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