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공연 리뷰]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ON+공연 리뷰]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1888년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에서 매춘부 다섯 명을 살해한 ‘살인마 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잭 더 리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배우들은 무대에서 강렬한 에너지로 매혹적이게 풀어낸다.

‘살인마 잭’의 피해자는 기록에 따라 다르다. 최고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얼굴은 훼손하지 않고 날카롭고 예리한 도구로 사체 해부 및 장기를 적출해 챙기는 엽기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기록됐다. 오랜 시간 범인이 밝혀지지 않아, 소설, 뮤지컬 등에서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최근에 사설탐정 러셀 에드워드가 ‘살인마 잭’의 정체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이발사 아론 코스민스키라고 주장하며, 근거로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스카프에 묻은 유전자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DNA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아직도 ‘살인마 잭’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이 ‘살인마 잭’이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을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입체감 넘치게 풀어냈다. 화이트채플 거리, 글로리아의 집, 지하 연구실, 경찰서 취조실, 런던의 클럽 등이 쉴 새 없이 전환되고, 잭이 살인을 하는 모습, 다니엘이 처음으로 글로리아를 만나는 날, 잭이 총을 맞은 후 다시 살인이 일어나는 시간 역시 눈 돌릴 새 없이 넘나든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엉키진 않는다. 도리어 이런 시간 장소의 전환은 긴박감을 안겨준다. 살인이라는 소재에 로맨스를 더했기에, 평이하게 시간별로 진행됐다면 도리어 지루한 느낌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받혀주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다니엘 역의 류정한은 ‘역시 류정한’을 외치게 했다. 앤더슨 역의 박성환은 류정한과 함께 극 전체를 지배했다. 잭 역의 이창희와 먼로 역의 정의욱은 관객들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긴장케 만들었다. 글로리아 역의 김예원은 통통 튀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폴리 역의 정단영은 애절했다.

이들은 앙상블과 함께 때론 격렬하고, 때론 긴장감 넘치게, 때론 아름답게, 때론 애절하게, 때론 안타까운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관객들 역시 3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 ‘잭 더 리퍼’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인간이 가진 감정들을 짧은 시간에 모두 느끼게 해줬다. 오는 10월 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