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본 전력 소매 시장이 전면 자유화된 이후 6월 3일 기준으로 전력 회사를 바꾼 소비자가 약 106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전력 수용가 고객 중 1.7%에 불과하지만, 전력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에서 보면 가치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일본 전력시장은 기존 전기요금에다 통신·가스 등과 결합시킨 상품이 소비자를 어필하는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결합상품 등 가격적 매력보다는 종합적인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 전력 소매 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 전력 소매 시장 전면 자유화 이후 전력 신규 사업자는 저렴한 요금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력 신규사업자가 기존 전력회사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판매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기존 전력회사는 표준 요금 메뉴로 3단계 단가 요금제를 제공해 왔다. 월별 사용 전력량 별로 120kWh까지 1단계, 300kWh까지 2단계, 300kWh 이상의 3단계로 구분한다. 1kWh당 단가에 차별을 두어 많이 사용하면 비싸지는 구조다.
도쿄전력은 120kWh까지는 19.52엔, 월 사용량이 300kWh를 초과하면 1kWh당 30.02엔을 적용해 과금한다. 반면 전력 신규사업자는 1kWh당 단가를 25엔 정도 하는 고정 요금제를 제공하면서 많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수용가에 전력사용 패턴 등을 파악해 보다 저렴한 상품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일본 전력 소매 시장은 전기를 전력 도매 시장에서 조달하고, 유통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일본에서 3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의 20%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전력회사에서도 표준 요금 메뉴 외에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 메뉴를 준비해 어떤 고객에게는 전력 신규 사업자 메뉴 보다 더 좋은 요금제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집안 전부 전기(올덴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전력회사의 기존 요금제가 전력 신규 사업자보다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살펴보면 가격경쟁력만으로 전력 신규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전력 회사를 크게 위협하는 것은 전력 신규 사업자가 아니다. 오히려 전기 수요 자체의 감소다.
현재 일본 정부는 신규로 건설하는 주택에 대해 `제로(Zero) 에너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가정용 연료전지, 축전지 등 도입과 단열성의 향상, 지중열(地中熱)등 신에너지 이용을 부추겨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주택이 보급되면 될 수록 전력 회사의 전기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구의 감소도 전기 수요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전력 회사는 어디에서 이익을 확대 해 나갈 것인가. 기존 전력 회사가 현재 새로운 먹거리로 추진하는 것이 크게 `토털 라이프 서비스`와 `에너지 마케팅`이다. 에너지 마케팅은 사용 전력량을 비롯한 고객의 빅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토털 라이프 서비스는 전력 회사는 우선 태양광 발전과 축전지, 리모델링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일반 전기도 태양광 전기도 똑같은 전기이다. 집 청소나 방범, 보험, 간병, 전기자동차 그리고 생활에 관련된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반면에 전력 신규 사업자는 아직 고객 확보에 힘겨운 상태라 가격경쟁력을 강조한 것 외에 새로운 서비스 제안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 신규 사업자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모토하시 게이이치 인코어드테크놀로지재팬 마케팅본부장 k.motohashi@encored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