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더 많은 멘토를 기다리며

“기자분이시죠.” 얼마 전 취재 현장에서 한 대학생이 말을 걸어 왔다. 그는 기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꼬치꼬치 질문을 던졌다. 그를 보면서 취업준비생 시절 `현직자와의 만남`을 쫓아다니며 합격 노하우 한마디라도 더 들어 보려고 애쓰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우리가 선험자의 경험을 찾는 이유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다. 그래서 경험은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인프라다. 경험은 타인과 공유될 때 효용성이 더 커진다. 경험 자산을 전문으로 전수해 주는 사람을 멘토라고 부른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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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계에 새로운 멘토들이 등장했다. 성공 창업가, 투자자 출신의 멘토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대기업 임직원 출신 멘토도 조금씩 늘고 있다. 이들은 창업 경험이 없지만 오랜 경험과 인력 망을 제공한다. 또 창업가 출신 멘토와는 다른 시각에서 창업가를 돕는다. 그대로 사장될 뻔한 경험 자산이 가치를 되찾는 순간이다.

성공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다. 재도전 창업 분야에서는 실패를 공유하는 멘토도 있다.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를 넘긴 사람들로, 실패에 직면한 기업인들을 돕는다.

업계 관계자는 “경험이 없는 사업자는 경영 위기가 닥치면 어찌할 줄 몰라 시기를 놓치고 더 큰 피해를 본다”면서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피해를 줄일지, 위기를 극복할지를 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벤처 기반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불어 닥친 벤처 열풍이 불과 10여년 전 일이다. 성공한 창업가가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거나 액셀러레이터로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생태계가 건강하고 풍성해지려면 다양성은 필수다. 벤처 1세대처럼 성공 창업가를 육성, 배출하면서 배경이 다양한 멘토들이 빈틈을 메워 주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창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멘토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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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