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희한한 사람이 많다.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 기분 좋게 식사하다가도 일어날 땐 “살 쪄서 큰일”이란다. 남녀 모두 마찬가지다. 1년 내내 살 뺀다고 하더니 해가 바뀌면 신년 목표에 `다이어트`를 적어 넣는다.
우리 산업계에 대입해 보자. 한시도 `비상 경영`이 아닌 적이 없다. 요즘 소재부품, 전자 업계 상황은 `구조조정 일상화`로 요약된다. 삼성, LG 같은 유수 기업이 그룹 차원에서 군살 빼기에 한창이다. 사업부 매각, 인력 감축 같은 단어에 내성이 생길 정도다. 시기도 종잡을 수 없다.
대기업이 기침 하면 협력사는 몸살이 난다. 후방 생태계의 제 살 깎기는 더 고되다.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고서 사업장을 헐값으로 통째 매각하기도 한다. 구조조정 일상화 시대, 제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당장 내일의 일자리가 걱정이다.
이쯤 되면 고민해 봐야 한다. 살을 뺄 방도가 아니라 찌우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력 감축은 뼈아프지만 구조조정을 마냥 반대할 수도 없다. 자칫하면 공멸이다. 문제는 구조조정 이후다. 기껏 뺀 살을 다시 찌우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통은 반복된다.
부품 업계가 스마트폰 이후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자동차 전장, 웨어러블,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이 거론된다. 삼성전기, LG이노텍 같은 대기업 계열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도 이 대열에 동참한다.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고 새 길을 가겠다는 셈이니 반갑다.
조건이 있다. 오늘의 신사업은 내일의 구사업이다. 아무리 유망한 산업도 때가 되면 성장이 멈추기 마련이다. 시장이 정리되면 극소수 기업만 살아남는다.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과거가 반복된다. 게다가 시장 사이클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신사업 진출 기준을 명확히 세우자. 10년 후에도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방법은 상관없다. 독주하는 핵심 기술도 좋고 어떤 고객사도 피해 갈 수 없는 촘촘한 포트폴리오도 좋다. 모두가 뛰어드니 우리도 하겠다는 태도만은 지양하자. 그래야 반복되는 다이어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