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기업 "유럽 클라우드 시장도 장악"

미 IT기업 "유럽 클라우드 시장도 장악"

이탈리아 대형 에너지 기업 에넬(Enel SpA)은 자사 컴퓨터 시스템과 파일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를 맡아줄 IT업체를 지난해부터 찾아왔다. 조건은 하나였다. 모든 데이터가 반드시 유럽연합(EU)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IT기업에는 다소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미국 아마존이 유럽 IT업체를 따돌리고 사업을 수주했다.

에넬 관계자는 “아마존이 유럽 IT업체에 비해 비용이 8% 정도 저렴했다”며 “뿐만 아니라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는 믿을 만하고 탄력적이며 신속하다”고 밝혔다. 에넬의 예에서 보듯 미국 하이테크 업체들이 현지 업체를 제치고 서유럽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도이치텔레콤, SAP, 오렌지 등 유럽 클라우드 업체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신뢰성 등 서비스 내용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서유럽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상위 4개 업체는 모두 미국 하이테크 업체다. 아마존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이 1~4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이들 4사가 지난해 서유럽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40%에 달했고, 매출도 최근 3년간 300%나 늘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유럽 하이테크 업체 매출 증가율은 86%에 그쳤다.

3년 전 만해도 도이치텔레콤, SAP, 프랑스 통신 업체들이 지역 기업이라는 이점을 활용, 선전했지만 미국 하이테크 업체들이 잇달아 데이터센터를 개설하는 등 투자를 강화하면서 지역 이점이 상쇄됐다.

IBM은 유럽 데이터센터를 2013년 이후 갑절로 늘려 현재 12곳에 달한다. 아마존도 더블린에 데이터센터가 있음에도 2014년 하반기 독일(프랑크푸르트)에 또 다른 데이터센터를 개설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유럽에 새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구글 역시 벨기에, 핀란드, 아일랜드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확장했을 뿐 아니라 네덜란드에 새 데이터센터 시설을 마련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을 비롯해 BMW, 스포티파이 등 유럽 대표기업 다수가 미국 하이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