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있다.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선진국은 아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영토가 아니라 자원 영토를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자원개발 정책을 보면 자원개발 공기업 내실화를 위해 해외자산 매각, 민간기업 참여 확대 등 대부분 해외자원개발 투자 위축이 주된 내용이다. 이런 정책을 보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이 떠올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 구조조정을 이유로 알토란 같은 해외자원개발 자산을 상당수 헐값에 매각했다. 그리고 2008년 이후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고 철광석 가격이 t당 170달러 이상 상승하는 등 자원 가격이 오르면서 외환위기 당시 판 자산의 가치가 적게는 몇 배 크게는 몇 십배 뛰면서 크게 후회했다. 당시 한국전력공사는 보유하고 있던 캐나다의 우라늄 광산을 매각했다. 이 광산이 지금은 매각 당시 금액의 30배 가까이 올랐다.
그래서 자원개발사업은 신중하되 과감한 투자에 인내심이 더해진다면 분명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원 빈국인 일본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말해 우리와는 정반대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지원기구(JOGMEC)가 앞으로 5년 동안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3조엔(약 31조원)을 직접 출자하거나 채무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JOGMEC은 미쓰비시상사 등 자원개발 기업에 자금을 대 주고 자원개발 등 유망사업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또 JOGMEC은 출자와 채무보증 규모를 연간 6000억엔으로 크게 늘릴 예정이다. JOGMEC은 2015년 3월 기준으로 50개사에 3985억엔을 자금 출자하고 13개사에 8234억엔을 채무보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JOGMEC의 재원 마련을 위해 2016년 추가경정예산과 2017년 본예산 자금 확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이처럼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몇 년 후 자원 가격이 급등할 때를 준비하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원개발 투자에 대해 이러궁 저러궁 말이 많다 자원개발은 매장량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 요인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또 사업 초기의 대규모 자금 투자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로 이뤄지면서 재무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개발 성공 후에도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 하락, 환율, 경기 변동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익 변동이 크다. 그러나 에너지 광물자원의 수입의존도가 95% 이상인 우리나라는 자원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정부가 등안시하면 안된다. 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한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들로 하여금 다시 자원 전선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어떤 사업이든지 꿈을 꾸고, 키우고, 이루는 데는 무엇보다 시간이 절대로 필요하다.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김 사장은 “지금 당장은 자원개발 투자가 큰 빛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아프리카의 뜨거운 사막도, 남미의 숨쉬기 어려운 고산지대도 달려가서 확보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나중에 우리 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재임 기간에 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오지 국가인 볼리비아를 25차례나 방문,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리튬을 확보하는 다리를 놓았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지금은 장기전을 겪어야 하는 자원개발사업의 속성을 이해하는 정부의 결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원 부국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