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사업 추진 대부분 허수…환경영향평가 진행 열에 하나

풍력발전소를 짓겠다며 전기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업 대부분이 허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풍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해 진행중이거나 완료한 사업은 14건, 360㎿ 규모다. 이 기간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풍력발전사업을 승인한 규모는 그 열 배인 4GW 내외다.

풍력발전단지.
풍력발전단지.

이는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승인을 받은 곳 열에 하나 정도만 실제 발전소 건설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풍력발전사업은 작게는 수 ㎿에서 크게는 수 백 ㎿까지 이르는 대형 사업이라 환경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발전소를 지으려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풍력업계는 발전소를 짓지도 않으면서 발전사업 승인을 받은 곳은 `사업권 프리미엄`을 노린 알박기식 행태로 보고 있다. 풍력발전소 건설에 좋은 목을 선점해놓고, 발전소를 지으려는 사업자가 생기면 이미 받아놓은 사업권을 발전사업 지분이나 금전으로 거래하는 식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풍력업계는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한 전기위원회의 무분별 사업승인이 풍력발전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투기세력이 풍력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지역을 선점하고 나섰기 때문에, 정작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사업자는 장소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풍력발전 보급량이 20년 동안 1GW도 넘기지 못했지만, 풍력업계에 발전소 지을 곳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준공된 풍력발전소도 44㎿에 그쳐, 지난해 227㎿에 비해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한경 풍력단지.
한경 풍력단지.

프리미엄을 노리고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실제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게다가 풍력발전소 입지 인근 소음 등 민원 관련해서도 전기위원회에서 실사없이 문서상으로만 사업을 평가하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부딪히기 일수다. 발전소 입지 인근 일부 주민(주로 노인)에게서 발전소 건설 동의서를 받아서 첨부하는 정도로 전기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발전소를 지을 준비도 계획도 없이 일단 전기위원회 승인을 받아 놓자는 식의 경쟁만 늘고, 풍력발전소 보급 속도는 오히려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위원회가 서류만 보고 발전사업 승인을 내주는 행태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며 “민원, 환경 등 문제는 적어도 걸러줘야 진짜 발전소를 지으려는 사람과 부동산 투기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고, 실제 발전소를 지으려는 사람이 입지를 확보해 풍력발전 보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산풍력 전경.
성산풍력 전경.

이 관계자는 또 “전기위원회 승인을 따놓은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발전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풍력발전시설 환경영향평가 접수현황 (자료:환경부)>


풍력발전시설 환경영향평가 접수현황  (자료:환경부)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