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모든 재난관리 자원 한 곳에서 통합관리 해야

[ET단상]모든 재난관리 자원 한 곳에서 통합관리 해야

전쟁에서 제대로 된 병참 또는 군수 확보 여부는 전쟁의 성패를 좌우한다. 항우와 유방이 다투고 수많은 영웅이 명멸한 초한지와 삼국지를 보면 군량미·화살·말(馬)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아니면 빼앗거나 남의 것을 태워 버리는 전후가 도처에 나온다.

전쟁에서 핵심 요소였다. 한(漢)나라 시군(始君) 유방은 항우와의 전쟁에서 이긴 후 전쟁 영웅인 한신보다 후방에서 군수 물자를 보급해 준 소하의 공을 으뜸으로 친 것도 군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이다.

병참 확보가 중요한 것은 서양에서도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잘 닦여진 고속도로망은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상당수가 건설됐다. 경제성의 이유이거나 국민편의가 아니라 미국 동부와 서부 간에 신속한 병참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대규모 재난 대응은 전쟁과 다를 바 없다. 화재 또는 재난 발생 초기의 인명 구조나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 장비·물자·인력의 신속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T단상]모든 재난관리 자원 한 곳에서 통합관리 해야

수백 명의 인명을 빼앗은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인명탐지 장비는 물론 도심 한복판에 굴착기와 살수차 동원이 긴급했다. 2007년 겨울의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때는 긴 해변 가득히 두껍게 깔린 기름을 빨아들일 장비와 대량의 기름 흡착재가 필요했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공단에서 불산 가스 누출 때는 화학보호복과 소석회 등 방제 물자 확보가 관건이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재난 때 필수 물자를 얼마나 빨리 필요한 만큼 현장에 지원하느냐가 재난관리의 핵심이다. 그러나 재난관리 자원은 전쟁 군수물자 관리보다 난도가 높다.

[ET단상]모든 재난관리 자원 한 곳에서 통합관리 해야

풍수해 등 자연재난에서 화재, 붕괴, 폭발, 가스유출 등 다양한 재난 유형마다 필요 자원도 제각각 다르다. 필요 수량도 미리 확정하기 곤란하다. 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몰라서 신속한 지원도 늘 고민이 되는 일이다. 화재 때 소방차가 골든타임 이내에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단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재난관리자원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재난관리자원 공동활용시스템`(DRSS)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즉 평상시 재난관리 자원을 한곳에서 통합 관리하고, 재난 발생 시 적재적소에 자원을 신속하게 투입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올해 6월부터 모든 지자체, 12개 중앙부처, 유관 기관이 보유한 자원을 통합 관리한다. 또 내년 6월까지 민간 보유 자원까지 통합 관리하면 명실상부한 국가 차원의 재난관리자원 공동 활용 시스템이 완성된다.

이제 재난이 발생하면 DRSS로 어느 기관이 필요 자원을 얼마만큼 보유하는지 조회할 수 있다. 또 필요한 자원을 신속하게 지원 요청, 재난 현장에 즉각 투입이 가능하다.

[ET단상]모든 재난관리 자원 한 곳에서 통합관리 해야

이와 함께 구축된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고 재난 현장에서 민·관이 신속하게 협업하느냐가 중요한 일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사전에 협약을 체결한다. 민간이 보유한 자원을 시스템에 등록한다. 한편 그 변동 사항도 정확히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이 발생하면 자재, 장비, 인력을 신속하게 지원하도록 비상연락망 구축과 교육 및 훈련을 통한 민간과의 협업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DRSS가 모든 재난관리 자원을 한곳에서 통합 관리,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lsh33kma@mps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