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접었다 펴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과연 상용화될 것인가.`
최근 정보기술(IT) 업계뿐만 아니라 투자 및 증권가에선 폴더블 스마트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폼팩터(하드웨어 구조)로, 정체기에 들어선 스마트폰 시장에 돌파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차별화 요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이자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과 LG 모두 폴더블 제품 개발을 공식화한 적이 없지만 물밑에서는 이미 상당한 진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의 첫 폴더블폰 `프로젝트 밸리(Valley)`
현재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화면이 절반으로 접히는 폴더블폰 개발을 지난 2~3년 전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만큼 현재 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폴더블폰 개발은 `프로젝트 밸리(Valley)`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면을 접는 모양을 빗대 삼성이 골짜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프로젝트명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폴더블폰 콘셉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겸용할 수 있는 단말기다. 펼치면 태블릿, 화면을 절반으로 접으면 스마트폰이 되는 형태다. 지갑처럼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펼쳐 쓰는 개념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폼팩터)의 스마트 디바이스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펼쳤을 때 기준 7인치대로 개발되고 있다. 7인치대는 아이패드 미니같이 현재 소형 태블릿에 많이 볼 수 있는 사이즈다. 7인치를 절반으로 접으면 5인치 안팎이 돼 현재 스마트폰과 유사한 크기를 구현할 수 있다. 삼성이 태블릿과 스마트폰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폴더블 기술 특징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스마트폰 내구성 기준을 개폐 20만회로 잡고 있다. 20만번을 접었다 펴도 디스플레이에 흠집이나 자국이 남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폴더폰에는 접히는 부분에 금속힌지가 사용됐다. 하지만 폴더블폰에는 이런 힌지가 없다. 디스플레이 전체가 접힌다.
화면을 접는 건 그만큼 더 어렵고 까다로운 기술이다. 삼성은 오래 써도 문제가 없도록 내구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만회는 하루 500번씩 1년 365일을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요구하는 품질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높다”고 전했다.
삼성의 폴더블폰은 접히는 정도도 상당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실제 곡률 1R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곡률은 접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1R는 접히는 부분의 반지름이 1㎜라는 뜻이다. 디스플레이를 절반으로 접었을 때 양면이 거의 닿기 직전 정도로 이해된다.
◇상용 시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오는 9월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양산할 계획이었다. 폴더블폰 상용 시점도 이때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계획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폴더블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최종 개발이 지연되면서 삼성 내부로부터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폴더블폰 회의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더 해보자`는 쪽으로 뜻이 모아져 삼성의 폴더블폰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은 상용 시점으로 쏠린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폴더블 스마트폰은 꼭 하고 싶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 사장은 “폴더블폰 출시 시점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이 될지를 가늠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시기를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고 사장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 폴더블폰을 출시한다면 소비자들이 굉장히 비판할 것 같다”면서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혁신과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폴더블폰 상용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지만 시기를 정할 수 없고, 아직은 준비할 것이 더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폴더블폰을 구현할 부품, 소재들이 속속 선행 개발되면서 상용화 시점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대표 사례가 최근 등장한 투명 폴리이미드(PI)다. 투명 PI는 폴더블폰에서 유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다. 특히 외부 충격에서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강화유리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리는 접을 수 없는 단점 때문에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투명 PI를 오는 2018년 1분기부터 양산하겠다며 최근 9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확정했다.
주목할 것은 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가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사 제품이 “20만회를 접었다 펼 수 있고, 곡률 1R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폴더블폰 기술 사양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실제 상용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투명 PI 투자 설명회에서 회사 관계자는 “수요처를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기업에서 양산 투자 결정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라면서 “우리 제품은 스마트폰 제조사의 테스트 기준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LG도 움직인다
삼성과 함께 디스플레이 업계 양대 산맥인 LG도 폴더블 개발에 착수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린 데 이어 올해 연구소에서 추진하던 폴더블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개발 부문으로 이관했다. 연구소에서 개발로 업무가 넘어간 건 상용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스마트폰 탑재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펼치면 태블릿이 되고 접으면 휴대할 수 있는 형태다. LG는 삼성과 달리 양면을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 폴더블은 안쪽과 바깥쪽으로 모두 접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제품 상용화를 위해 최근 해외 업체와 기술 제휴도 맺었다. 캐나다 IGNIS이노베이션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회로 기술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양사의 협력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더블 디스플레이 활용이 목적이라고 IGNIS 측은 밝혔다.
피터 몬스버거 IGNIS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년 안에 펼치면 태블릿이 되고 접으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행보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개발 여부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LG 역시 물밑에서 상당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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