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처음 뛰어든 퍼스트 펭귄은 과연 우리가 생각하듯 큼직한 먹이를 얻거나 무리를 혁신으로 이끈 영웅이 되어 존경을 받고 있을까. 이른바 선발 주자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이 얼마나 크고 지속 가능한지 궁금하다.
이러한 선발 주자 이점에 관한 논의는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 대체로 활발한 편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새로운 시장에 먼저 진입한 기업일수록 더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즉 선발 주자 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후발 주자들이 비즈니스 혁신 모델을 개발, 끊임없이 선발 주자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기술융합 추세와 초경쟁 시장 상황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선발 주자 이점은 주로 세 가지 원천으로부터 나온다. 첫째는 기술 리더십으로, 신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와 개발을 심화시키고 그 기술을 특허 등으로 보장받음으로써 기술 우위를 지속할 수 있다. 둘째는 희소자산 선취다. 생산 입지, 정부 승인, 유통 채널, 공급업자와의 관계 등 유·무형의 주요 자산을 우선 획득할 수 있다. 셋째는 구매자의 전환비용으로, 선발 주자 제품에 먼저 익숙해진 구매자들이 다른 제품을 구입하길 꺼리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발 주자 이점은 종종 신시장의 속성 그 자체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 첫째 신 시장은 성장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의 높은 성장성은 후발 진입자들의 시장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즉 시장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굳이 선발 주자와의 힘든 싸움을 하지 않아도 고객 기반을 쉽게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신시장에서는 기술 변화가 심한 편이다. 이러한 기술 불연속성 역시 후발 진입자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 준다. 변화무쌍한 휴대폰 시장을 보면 세대별 통신기술의 단절성 변화, 두 자릿수 시장 성장률 등으로 인해 수많은 후발 진입자들이 등장해서 선발 주자의 이점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장이 빨리 성장하고 기술 불연속성이 심한 신시장에서 선발 주자 이점은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퍼스트 펭귄이 걱정되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기존 연구들은 한 번의 성공에 결코 안주하지 말고 후발 진입자들에게 반응해서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제시할 것을 권유한다. 예를 들면 신시장에서 목표로 하는 평균 소비자(Average Consumer)를 정하고, 낮은 가격으로 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유축망 등을 구축함으로써 대중시장(Mass Market)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핵심 공급자와 보완재 생산자 등과의 제휴를 통해 핵심 자원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발 주자는 최초의 시장 진입자로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경쟁우위(Temporal Advantage)를 일시 향유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서 새로이 만들어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일시 창출해 낼 수 있는 반복 전략이 필요하다. 선발 주자로 처음 올라서기 위해 거대한 혁신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후발 주자들의 공격에 대응해서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혁신이라도 끊임없이 이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결국 크든 작든 혁신 지속만이 선발 주자 이점을 유지하는 최선의 전략임을 연구들은 강조한다.
세상을 바꿀 만큼 커다란 혁신 가치를 제공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기업이 선발 주자다. 그리고 그 대가로 확보한 시장 지배력과 진입 장벽에 기반을 두고 상당 기간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제해 왔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신시장 특유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후발 진입자에게도 기회의 창을 열어 줄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을 필두로 한 정보 기술 발달로 공고하던 산업의 진입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자들도 쉽게 묶어 놓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선발 주자 이점은 일시성인 것이 됐다.
그러므로 선발 주자는 자신만의 혁신 가치를 찾아 지속해서 새로운 선발 주자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처럼 한 번 창출해 놓은 시장 독점 지위 위에 진입 장벽을 구축해서 지켜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발 주자가 됐어도 새로운 시장 공간을 계속 창출, 자유롭게 옮겨 다니면서 일시 이점에서 오는 경쟁우위를 반복해 누리는 `역동하는 선발 주자`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보다 `끊임없이 세상에 없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이 돼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