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첫방┃‘신네기’] 21C에 보는 20C형 트렌디 드라마

사진=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방송 캡처
사진=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방송 캡처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응답하라’ 시리즈도 아닌데 마치 10~20년 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예상대로 ‘신네기’는 교만한 성격의 ‘금수저’ 도련님과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꿋꿋한 ‘흙수저’ 신데렐라의 로맨스라는 진부한 동화였다.

지난 12일 오후 케이블방송 tvN 새 금토 심야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이하 ‘신네기’) 첫 회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하늘그룹 강 회장(김용건 분)의 손자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은하원(박소담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동화 ‘신데렐라’처럼 은하원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계모 박수경(최은경 분)과 새 언니 최유나(고보결 분)에게 구박을 당하며 생활했다. 세상을 떠난 친엄마는 딸이 대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기 원했고, 은하원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었다.

반면 하늘그룹 재벌 손자들은 은하원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쭉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란 강현민(안재현 분), 가난하게 자랐다가 강 회장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생 역전에 성공한 강지운(정일우 분), 자유로운 성격의 싱어송라이터 강서우(이정신 분)까지 세 사람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로열패밀리였다.

세 사람은 모두 사촌 관계지만 특별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 강 회장의 다섯 번째 결혼식 때문에 비서 이윤성(최민 분)의 부름을 받고 한 자리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특히 강현민과 강지운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사진=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방송 캡처
사진=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방송 캡처

본인의 할아버지가 젊은 여성에게 새 장가를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강현민은 강 회장의 결혼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위해 은하원을 거짓 약혼녀로 고용했다. 클럽으로 피자 배달을 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은하원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띄었고, 그에게 시급 3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은하원은 내키지 않았지만 납골당에 있는 엄마의 유골함을 지키기 위해 강현민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결국 약혼녀인 것처럼 꾸민 채 강 회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혼식을 망치기 위한 꾀였다는 걸 알게 되자 은하원은 여자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력으로 강현민을 제압하고 강 회장 앞에 무릎 꿇렸다. 강현민은 어쩔 수 없이 강 회장에게 사과하며 결혼식장의 해프닝은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은하원을 바라보는 강지운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강현민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에 그를 좋아하고 있던 박혜지(손나은 분)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박혜지를 각별하게 아꼈던 강지운은 돈이 그렇게 필요하냐고 물어보며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돈뭉치를 뿌려 은하원에게 굴욕을 준채로 1회는 마무리됐다.

13일 오후 방송하는 2회에서도 은하원의 고난은 계속된다. 박수경에게 대학교 등록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가 집에서 쫓겨나고, 갖은 고초를 겪는다. 그러던 중 자신의 손자들 버릇을 고쳐달라는 강 회장의 요청을 받았고, 하늘저택에 입성한 후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될 예정이다.

사진=엔터온뉴스 DB
사진=엔터온뉴스 DB

‘신네기’는 tvN이 새롭게 선보이는 금토 심야드라마(불금불토 스페셜)의 첫 번째 드라마다. tvN 관계자는 당초 “예능 위주로 편성됐던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11시 시간대에 기존 드라마들과는 차별화되고 실험적인 드라마들이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신네기’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요즘은 잘 기획하지 않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방송 전부터 소재가 진부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자칭 트렌드 리더라고 자부하는 tvN 드라마였기 때문에 ‘신네기’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신네기’ 1회는 비현실적이고 뻔했다. 꽃미남 재벌과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먹고 살기 위해 하루하루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는 요즘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자아낼지 미지수다.

물론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스토리, 배우들의 화려한 비주얼은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또,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볼만한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아직 15회나 남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하지만 1회만 놓고 본 ‘신네기’는 인터넷 소설을 영상화한 여타 웹드라마나 다를 바 없었다. 아무런 전술 없이 스타플레이어에만 의존하는 스포츠 감독의 경기와 비슷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신선하고 창의적인 드라마들을 자주 선보였던 tvN이었기에, 90년대 트렌디 드라마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신네기’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신네기’는 매주 금, 토 오후 11시15분 방송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