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드론 업체 DJI가 한국에 실내 비행장을 세웠다. 실내 비행장은 DJI 창립 이래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다. 첫 시험대로는 본사가 위치한 중국도, 미국도 아닌 한국을 낙점했다. 드론 문화 저변을 확대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태현 DJI코리아 법인장은 “한국은 e스포츠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특이한 스포츠 문화가 클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다”면서 “그런 목적과 이유에서 용인을 선택했고, 실내 드론 비행장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서울 홍익대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낼 때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는 DJI가 중국 바깥에 세운 첫 번째 직영 매장이다. 당시에도 핵심은 `문화`였다. 유행에 민감하고 최신 정보기술(IT)에 능숙한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DJI 판단이 여러모로 반갑다. DJI 아레나 개장에서는 진정성도 읽힌다. DJI는 아직 레이싱용 소형 기체를 판매하지 않는다. 최다 판매 기종인 팬텀 시리즈는 야외 비행에 적합하다. 실내 비행장 목적이 판매보다 `문화 저변 확대`에 있다는 설명에 수긍이 된다.
아쉬운 점은 우리 시장 잠재력을 국내 기업이 주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문 법인장이 예로 든 것처럼 우리나라는 e스포츠 강국이다. 하지만 판은 외국 기업이 주도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모두 외산 게임이다. 급성장한 e스포츠 판이 외국 기업의 마케팅 장으로 활용됐다.
문화 산업은 선점 효과가 크다. 먼저 투자한 쪽이 판을 주도한다. 우리 시장의 잠재력을 외국 기업이 먼저 알아봤다는 사실이 아쉬운 이유다. DJI 투자로 판은 커지겠지만 그 과실이 어디로 흘러갈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DJI 같은 전략 투자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체급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DJI에 주도권을 맡길 수도 없다. 산업계 차원의 대항마가 절실하다. 우리는 당장의 제조·판매가 어려운데 DJI는 더 먼 곳을 봤다. 한 발짝이 아닌 두세 발짝 뒤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