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특허 분쟁으로, 특허제도가 기술 개발을 저해한다는 `특허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IP노믹스는 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의 `혁신경제와 특허에 대한 오해` 시리즈 연재를 통해 특허의 본질을 파헤쳐본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혁신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은 새뮤얼 모스(Samuel Morse)가 `전신`(Telegraphic Message)을 세상에 선보인지 무려 98년이 지난 1942년이다. 그 당시 이 저명한 경제학자도 100년 후에 도래할 기술혁신과 글로벌 상호연결성은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2042년이 어떤 세상일지 보다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슘페터의 통찰대로 성장해 왔으며,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이 만든 `고도로 연결된 세계경제` 속에 살고 있다. 정보, 생산 및 경영 프로세스 기술의 큰 진보로 생산자는 이제 노동력과 자본의 추가 투입 없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과거 산업가들은 성공을 인력과 생산시설 규모로 평가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혁신과 전문화, 그리고 혁신이 제품·서비스에 효율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작동하는 시장이야말로 진정한 경제성장 동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혁신 물결에서 얻은 교훈, `표준`과 제4차 산업혁명
지난 250년 동안 우리는 비약적 기술발전을 잇달아 목격해 왔다. 1780년대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와 물을 동력원으로 하는 기계적 생산설비의 도입으로 촉발됐다. 이어 1870년대 전기 동력에 기반을 둔 대량생산과 노동력 전문화가 제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뤄진 제3차 산업혁명은 전자기기, 정보통신체계가 추진 동력이다.
이제는 거대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경제 성장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도래했다. 차세대 혁명은 현대 생활의 모든 방면에 유용한 기술을 통합할 것이다. 상호연결성과 산업표준 물결을 타고 내장형 장치가 확산되면서, 혁신가들은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이어줄 수 있게 됐다.
일례로 통신업계에 보편화된 혁신적 표준들은 기술을 크게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수억 명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효율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켜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정보와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했다. 혁신가들 노력은 기술 향상을 이뤄내고,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비용에 그러한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에 대해 다양한 상업적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는 물론 혁신적 성과와 공공복지의 증진을 꾀하는 정부들로서도 분명히 경축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는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기관과 기술 사용자들은 표준과 연계된 특허 기반의 혁신 인센티브를 공격하고 있다.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표준을, 반대로 엄청난 실패인 듯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평가나 `현 체계가 중대한 재정비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경제·법률 이론에 노출됐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정부기관이 표준 기반의 혁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표준과 특허에 대한 오해
이를 위해선 디지털 시대의 혁신동력인 `표준`과 `특허`를 둘러싼 오해를 타파해야 한다. 이들 오해는 우리의 국가로서, 그리고 무역 파트너로서의 개별적·집합적 성장을 모두 위태롭게 한다.
대다수 이러한 오해는 `표준화`와 `특허제도`가 본질적으로 상충한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 발명을 동력으로 한 상호운용성은 오늘날 가장 중요하고 파급력이 큰 기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혁신은 협력뿐만 아니라 시너지를 식별하고 실현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표준화는 산업발전의 차기 물결에 필수적이다.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 혁명은 본질적으로 플랫폼 간 통신과 상호연결성에 의존한다. 즉, 상호연결된 세상은 표준 내(in)의 발명을 포함한, 표준과(and) 발명의 공존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성장은 국경을 넘어선 협력으로 가속화되고, 지속가능한 혁신은 단기적인 변덕이 아닌 장기적인 공통 목표에 초점을 둘 때만 가능했다. 혁신 선봉에서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잘못된 신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잘못된 믿음은 정책과 국가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을 것이다.
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 dkappos@crav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