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LG전자와 10나노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대만 TSMC 공장에서 칩을 생산해 왔다. LG전자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하면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은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 2016에서 LG전자 10나노 칩을 위탁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인 볼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 공동 총괄 부사장은 “LG전자가 인텔 파운드리 10나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 최상급 모바일 플랫폼을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양산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의 자체 10나노 프로세서 양산 시기가 내년 하반기이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칩 생산 공장을 인텔로 바꾼 이유는 TSMC 파운드리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과 인텔의 적극 구애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손보익 LG전자 시스템반도체(SIC) 센터장(전무)은 “인텔의 웨이퍼 제조와 패키징 공정 기술력을 활용해 세계 수준의 10나노 모바일 SoC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이날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영국 ARM의 `아티산` 물리IP(생산 공정용 지식 자산)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는 ARM 코어를 활용하는 팹리스 고객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ARM 코어 기반 SoC를 생산하려면 파운드리도 관련 지식재산권(IP)을 사와야 한다.
인텔과 ARM이 협력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은 업계에선 그야말로 `깜짝 발표`로 여겨지고 있다. 독자 ×86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보유한 인텔은 그동안 ARM과 관련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그러나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를 위해 좀 더 유연한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인텔은 이번 협력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텔은 중국 2위 팹리스 업체 스프레드트럼의 차세대 칩이 자사의 14나노 공정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2014년 스프레드트럼 모회사인 중국 칭화유니그룹에 15억달러를 출자하고 지분 20%를 취득한 바 있다. 당시 스프레드트럼이 인텔 공장에서 칩을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인텔은 지난 2013년 미국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 아크로닉스의 22나노 칩을 시작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네트로놈도 인텔 공장에서 22나노 네트워킹 칩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세계 2위 FPGA 업체 알테라의 칩도 인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스마트폰용 칩 독자 사업에서 철수한 이유는 고객사를 끌어오기 위한 포석이었음이 이번 발표로 확인됐다”면서 “ARM 코어 기반 칩을 생산할 수 있게끔 환경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전자, TSMC,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첨단 공정 노드에서 치열한 고객사 수주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