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소 민가 이격거리 규정 안둔다…주민 이익공유제 등으로 대체

정부가 풍력업계 대표적 투자 저해요인으로 꼽혀온 풍력발전기와 민가 이격거리 제한 규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소음문제 등 민원 해결을 위해 지역주민 이익공유제 같은 공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강제 규정을 만들기보다 풍력발전소 계획 단계부터 민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암풍력발전단지.
영암풍력발전단지.

17일 환경부는 소음과 생활환경 등 평가 항목을 포함한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 평가 지침(육상풍력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서 유력 검토해 온 풍력발전기와 민가 최소 이격거리 조항 신설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육상 풍력을 활용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생태계 보전까지 고려한 합리적 환경성평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이 가이드라인은 법령이나 현실 여건 변화 등을 검토해 올해 말까지 개정하도록 명시됐다.

환경부가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풍력발전기와 민가 이격거리 조항 신설을 검토했으나, 되레 규제 신설과 함께 풍력발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부담을 느껴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환경부는 소음 민원 해결을 위해 풍력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우선점을 두기로 했다. 풍력발전소 전력 판매 수익 일부를 지역 주민에게 환원해주는 `이익공유제`나 지역 주민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발전소에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신재생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다만 환경부가 소음문제 해결 방안을 지역과 상생으로 잡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은 대형발전사가 발전량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중심으로 이뤄진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발전소를 지어 전력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대형발전사에 판매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제주도 가시리 풍력발전소 전경. 이 발전소는 제주에너지공사 이익공유제에 참여했다.
제주도 가시리 풍력발전소 전경. 이 발전소는 제주에너지공사 이익공유제에 참여했다.

여기에 이익공유제 등 발전소 지역 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 추가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몫이 현격히 줄어들거나 신재생에너지 의무를 진 대형발전사에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궁극적 해결방안으로 이 같은 간접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있지만 이 부분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져 국민수용성 차원에서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육상풍력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지 않고 1~2년 더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소음문제 해결을 위한 근원처방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익공유제 제도화 등으로 지역수용성을 높여 민원 발생 요인을 처음부터 차단하고, 오히려 지역 주민이 풍력발전소 건설을 원할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